[한마당] I·SEOUL·U의 운명

국민일보

[한마당] I·SEOUL·U의 운명

고승욱 논설위원

입력 2022-08-17 04:10

‘I amsterdam’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의 슬로건이다. 2004년 광고회사 케셀스크라머가 미국 뉴욕시 ‘I Love NY’를 재해석해 고안한 문구다. 1996년 베를린마라톤에서 스타급 선수들을 선점한 아디다스에 맞서 78세 선수를 후원해 성공한 나이키의 광고대행사가 케셀스크라머다. 단순한 알파벳을 국립·시립 및 반 고흐 미술관에 둘러쌓인 광장에 세워 최고의 도시 브랜드를 창조했다. 관광객들은 높이 2m 폭 23.4m 의 조형물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유럽 최대 홍등가, 마약이 자유로운 도시로 각인됐던 암스테르담은 새 상징물을 앞세워 변신에 성공했다.

2018년 이 조형물은 철거됐다. 150㎏이 넘는 알파벳을 하나씩 기중기로 들어내는 장면은 생중계됐다. 노동당에서 녹색좌파당으로 시의 권력이 바뀐 직후였다. 펨케 할세마 시장은 슬로건이 너무 개인주의적이어서 관용과 다양성을 지향하는 암스테르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가 다는 아니었다. 속내는 85만명이 사는 도시가 연 관광객 2000만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데 있었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랜드마크를 시내에 두지 않겠다는 현실적 판단이 철거의 진짜 이유였다. 대신 공항에 비슷한 조형물을 세우고, 원본은 전시 장소를 수시로 바꾸며 관광객을 부른다. 구글에는 ‘I amsterdam은 지금 어디?’가 주요 검색어로 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만든 ‘I·SEOUL·U’가 이명박 전 시장의 ‘Hi Seoul’처럼 폐기될 운명에 놓였다. 서울시가 “모호한 의미의 영문 표기로 전달의 직관성이 부족하다”며 새로운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광장,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서울 어디서든 보이는데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슬로건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되면 마땅한 대안도 없이 다짜고짜 바꾸는 걸 또 보는 것도 마뜩잖다. 수십년 갈고 닦아야 간신히 빛을 보는 게 도시 브랜드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만 기다린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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