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인구구조 변화 반영 못한 교육부 예산안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인구구조 변화 반영 못한 교육부 예산안

입력 2022-09-15 04:20

교육부가 내세운 명분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지 않은
100조 예산안 매우 유감

학령인구 줄고 성인인구 늘어
전체 인구의 78%가 성인인데
평생교육 예산은 겨우 1%

생애주기별 맞춤학습 강화하고
평생교육 예산 대폭 늘려야

김완선은 1980~90년대에 ‘한국의 마돈나’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은 댄스가수다. 그런 그가 화가로 변신한 건 14년 전 미국 하와이의 커뮤니티칼리지(2년제 공립대학)에서 유화 수업을 들은 게 계기였다. 사라 페일린은 미국 앨라스카 주지사를 지낸 뒤 2008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유명 정치인이다. 앨라스카 지역방송국에서 스포츠중계 일을 따내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도 커뮤니티칼리지 2곳을 옮겨다니며 공부했다.

커뮤니티칼리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평생교육기관이다. 미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이 없거나 저렴하다. 미 전역에 1167개 학교가 있다. 하와이에만 6개가 있는데 합격률은 100%다. 지원하면 누구나 받아준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필요없다. 미국에서 커뮤니티칼리지를 졸업하면 4년제 주립대학으로 편입하기 쉬워서 한국의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공부 시기를 놓친 성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많다. 영어가 서툰 이민자들을 위한 어학프로그램부터 회계학, 컴퓨터공학 등 취업에 유리한 과목들이 주로 개설돼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선 출마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건 커뮤니티칼리지 무상교육은 미국인들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 논란 끝에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인의 63%가 커뮤니티칼리지 무상교육을 지지한다는 퓨리서치 여론조사가 있었다. 연방 정부 차원의 무상교육은 무산됐지만 주 정부차원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성인교육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미국은 1인당 3만5100달러(2018년 기준)를 성인교육에 썼다. 룩셈부르크(4만8900달러)에 이은 세계 2위이자 OECD 평균(1만7600달러)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성인교육지출은 1인당 1만1400달러로 31위다. 조사대상국(37개국) 중 하위권이다. 미국의 3분의 1도 안 되고, OECD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헌법과 법률은 모든 국민의 평생교육권을 보장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5년마다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교육부가 평생교육에 얼마나 인색한지 잘 드러난다. 교육부 예산안 101조8442억원 중 평생교육 부문은 1조1436억원으로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비중도 초라하지만 인상률도 미미하다. 유아 및 초중등 부문(전년 대비 16.5% 인상)과 고등교육 부문(전년 대비 19.8% 인상)은 모두 큰 폭으로 증액됐다. 그러나 평생교육 부문 인상률은 겨우 1.1%(120억원)다. 교육부는 예산안 편성의 중점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지방대학 지원 강화 △생애 주기별 교육격차 완화 △평생교육 기회 확대 등 4가지를 들었다. 그중 2가지가 평생교육과 관련됐는데 막상 이 부문 예산안은 1%밖에 안 된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모순이다.

교육부 예산안은 갈수록 커지는 성인교육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문대 재학생 10명 중 1명은 25세 이상 성인학습자였다. 구직, 진로 탐색, 경력 개발 등이 주된 이유였다. 공무원 시험과 각종 자격증 준비, 어학 등을 포함한 성인교육시장은 2조원대로 커졌다. 사교육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교육부의 예산안 구조는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추세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2030년 우리나라의 학령인구(6~21세)를 594만명으로 예상했다. 2020년(789만명) 대비 195만명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25세 이상 성인 인구는 같은 기간 3961만명에서 4203만명으로 242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성인 인구는 이미 전체의 78%(2021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성인교육연구원(NIACE)은 2009년 펴낸 보고서(Learning Through Life)에서 성인교육예산 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 당시 영국의 성인교육예산 비중은 14%였다. 우리나라의 성인교육예산은 언제까지 1%대에 머물러 있어야 하나.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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