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고단한 삶에, 제 그림이 “괜찮아” 하며 따스하게 토닥였으면…

국민일보

[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고단한 삶에, 제 그림이 “괜찮아” 하며 따스하게 토닥였으면…

작가이자 화가, 아리디 대표 박은영씨

입력 2022-09-1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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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작가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아리디 카페 작업실에서 전시회에 선보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아리디(R.ed) 카페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선 제법 유명한 곳이다. 독특한 디자인과 맛있는 커피, 카페 2층 루프탑에서 감상하는 경관이 훌륭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화가, 출판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대학교수로 활동해 온 박은영 작가의 일터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아리디 카페에서 박 작가를 만났다. 그가 작업실로 사용하는 카페 지하엔 수십점의 그림들이 있었다. 그는 21일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선보일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 주제는 ‘꿈과 희망을 찾는 여행’입니다. 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전시회 작품들에는 모두 별과 빨간 고양이가 들어간다. 별은 고양이가 추구하는 꿈과 희망을, 빨간 고양이는 우리 자신이라고 한다. 작품의 배경은 마을과 숲, 하늘 같은 풍경들이다. 박 작가는 “실존하는 곳이 아니라 상상이 덧입혀진 동화 속 풍경”이라며 “감상하는 이들의 마음에 평안과 위안을 주는 것이 작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주제인 꿈과 희망, 회복은 그의 삶에서 우러나온 관념들이다. 박 작가도 살며 여러번 고난을 겪고 좌절했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버텨왔다. 작품관이 만들어진 계기를 묻자, 그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했다.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 화려한 경력이다. 하지만 입학과 졸업 사이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변화는 대학 2학년 때 생겼다. 스물한 번째 생일 무렵이었다.

“집에 왔더니 문 앞에 빨간딱지가 붙어 있었어요. TV 냉장고 전축, 심지어 제 침대에도요.”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로 무너졌다. 채권자에게 시달리던 아버지는 아이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네 자매의 맏이였던 박 작가는 절망과 책임감을 느꼈다. 유복한 집안의 잘난 딸에서, 소녀 가장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들어 갔다. 새벽엔 도서관으로 향했고 수업 후엔 일터로 나섰다. 미술 관련 일은 무엇이든 매달렸다. 독하게 살며 얻어낸 결과가 수석 졸업이었다.

졸업 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박 작가는 취업을 앞두고 폐결핵 3기 판정을 받았다. 공부하며 병마와 싸우고 생활비를 마련하는 삶이 이어졌다. 한계를 느꼈지만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믿었기에 가시밭길을 견딜 수 있었다. 박 작가는 담담히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내가 너와 함께한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삶을 이끌어줬다”며 “재능과 노력이 만나는 지점에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고 말했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작은 소망이 모여 큰 희망으로 이어지는 바람을 형상화했다. 아리디 제공

시간이 지나며 먹구름이 가득했던 박 작가의 하늘엔 조금씩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1998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수상했고,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는 한국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7년 출판한 첫 작품인 ‘기차 ㄱㄴㄷ’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다. 그는 10여권의 저서와 연구 논문을 썼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작품이 자신을 주장하는 일방적 표현 통로이기보다는, 그린 이와 보는 이 사이의 소통 공간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에게 소통이란 ‘나 힘들어’ 하면 ‘괜찮아’라고 토닥이는, 따뜻한 쉼과 행복을 주는 도구다.

이번 전시회의 목적도 여기서 왔다. 현실에 쫓겨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 원했다. 박 작가는 상처받고 괴로워하던 가족을 잊을 수 없다. 인생은 가혹하고 때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준다. 그는 “상처받은 이웃을 위로하고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이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위한 다음 계획도 있다. 내년엔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새로운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도 구상 중이다.

“현실에 쫓겨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꿈과 희망을 전하고,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다시 힘든 세상에 도전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계속 작품을 준비하겠습니다.”

조용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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