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4) 죽음의 고비 넘긴 4차례 항암치료 “주님, 감사합니다”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서정희 (4) 죽음의 고비 넘긴 4차례 항암치료 “주님, 감사합니다”

항암 치료하며 몸 붓고 통증·고열과 씨름
“왜 이런 시련을…” 하나님 원망하며 기도
환우들 만나 평안 찾으며 주님 뜻 깨달아

입력 2022-09-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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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서정희씨가 지난 4월 초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집도 의사는 수술 전날 가슴 절제 예상 부위를 표시했다.

지난 6월 29일 4차 항암치료를 마쳤다. 이로써 항암치료 1막은 끝이 났다. 2막은 가벼운 표적 치료 18회와 확장기 교체 보형물 재건 수술이 남아있다.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하지만 이제 무섭지 않다. 하면 될 일이다. 1막도 잘 끝냈으니 2막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냐”며 하나님께 따지는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귀한 깨달음을 주시려는 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감사 기도를 드린다. 머리카락은 다시 자랄 것이고, 피부는 다시 하얗게 돌아올 것이며 검게 변한 손톱도 원래대로 핑크빛을 띨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사실 항암치료는 죽을 만큼 아팠다. 죽음의 문턱으로 끌고 가는 것처럼 고약했다. 살아보겠다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2차 항암 때 온몸에 피부가 도넛처럼 부어올랐다.

부위는 매번 달랐지만, 부항을 뜬 것처럼 여기저기 울퉁불퉁 불거졌다. 팔과 다리가 엄청나게 부었다. 부작용으로 빵빵하게 부어오른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아프다더니 다 나았나 보다. 얼굴이 보기 좋다”고 말할 때마다 더 우울해졌다.

몸이 붓고 어색해 속상했다. 수도 없이 열이 오르내렸다. 불면증에도 시달렸다. 열을 내리려 젖은 수건을 이불처럼 덮고 덜덜 떨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숨쉬기도 쉽지 않았다. 3차 항암치료 때는 참고 버티려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길 반복했다.

계속 속이 울렁거렸다. 바늘로 찌르는 듯 통증이 계속됐다. 4차 항암 치료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몸이 붓고 열이 끓어올랐다. 고열이 사나흘씩 계속되고 ‘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즈음, 기적처럼 열이 떨어졌다.

가족들은 “주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딸 동주와 병실에서 껴안고 엉엉 울었다. 동주는 “잘 이겨낸 엄마가 자랑스러워”라고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 그렇게 4차 항암치료를 마쳤다.

암 환자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 항암치료 부작용이다. 고스란히 다 겪어야만 끝이 난다. 아무리 좋은 약을 쓴다고 해도 항암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도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를 계속했다. 깨끗이 고쳐 달라고 간구했다. 하나님께 왜 하필 내가 암에 걸려 아픈지, 억울하다며 원망하는 기도를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실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경멸하고 증오했다. 그런데 병원에 다니고 많은 환우를 만나며 조금 평안해졌다. 저마다의 고통 속에서 괴로운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지냈다.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눈빛으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를 바랐다. 여러 환우를 보며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나님은 내게 이걸 알려주시려 시련을 주셨나 보다.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평생 아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인생에 공짜로 얻는 건 없나 보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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