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운동하는 작가’들끼리 꿍짝꿍짝 북토크

국민일보

[혜윰노트] ‘운동하는 작가’들끼리 꿍짝꿍짝 북토크

마녀체력(‘걷기의 말들’ 작가·생활체육인)

입력 2022-09-23 04:04

‘마녀체력 출간 후 1년’이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한 적이 있다. 그간 저자인 나를 포함해 독자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30여명의 독자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셨다. 그중 몇 분은 놀랍게도 ‘특별한’ 선물을 싸들고 왔다. 그게 뭘까? 꽃? 케이크? 아니다. 한 움큼의 완주 메달이었다. 책을 읽고 나처럼 동네 학교 운동장부터 뛰기 시작해 마라톤 풀코스까지 도전했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했으니 얼마나 ‘멋진 독자’들인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적극적인 독자’들도 있다. 그들은 운동을 실천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습관과 인생을 바꿔 나간 것은 물론이요, 달라진 본인의 경험을 다시 남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멋진 독자들이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체력이 좋아지니까 정말 삶도 달라지네?’라는 걸 깨닫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글로 써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게다가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품과 능력,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저자로 데뷔하는 분들이 주위에 하나둘 생겨났다.

그 책들에 추천사를 썼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저자들을 만나 밥을 먹었다. 그 책들을 홍보하는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 나가기도 했다. 내 멋대로 운동 후배들을 ‘마녀체력 키즈’라고 부르면서 대견해했다. 한자리에 불러 모아 같이 달리거나 등산을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왕년의 편집자 기질이 발동했다. 이왕이면 저자끼리만 모이지 말고, 독자들을 초청해 같이 놀아볼까? 안 그래도 책은 냈지만 홍보 수단이나 독자를 만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초보 저자들이다. 플랫폼을 정해서 독자를 모집하고, 각자의 SNS를 통해 알려 보면 어떨까?

이름하여 ‘운동하는 작가 클럽’을 기획했다. 단톡방과 줌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놓고 계획을 짰다. 모두 본업이 있어 시간을 쪼개 하는 회의라 피곤할 법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체력 왕’들만 모아놔서 그런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 다른 데서 책을 낸 다섯 명의 저자가 출판사 도움도 없이 꿍짝꿍짝 의기투합해 북토크를 한 사례가 있을까? 내가 편집자였던 시절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맞춤한 공간을 대여했다. ‘운동’이라는 테마 안에서 서로 겹치지 않도록 20분의 강연 주제를 정했다.

드디어 디데이(D-day)! 미리 준비한 현수막이 걸렸고, 각자 책을 든 사진으로 등신대도 만들었다. 그날의 드레스 코드인 편안한 운동복을 입고, 우리는 설레는 맘으로 독자들을 맞았다. 다섯 저자는 ‘운동과 글쓰기’가 얼마나 삶에 보탬이 됐는지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살짝 울먹였고, 누군가는 은근히 유머를 발휘했다. 듣는 사람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추임새를 넣었고, 열심히 받아 적었다. 독자와 푸시업 대결을 하는 등 이벤트와 게임이 이어져 지루한 줄 몰랐다. 간단히 끝인사를 하고 나니 세 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다.

혼자서는 기획부터 모객까지 하기에 매우 버겁다. 흥행이 되지도 않는다. 다섯이 모이니 뭘 하든지 한결 수월할 뿐더러 재밌고 힘이 났다. 그것이 바로 ‘약한 자들이 발휘할 수 있는 연대의 힘’이 아닐까. 실은 이것을 개그맨 송은희씨에게 배웠다. 그는 힘없는 여성 후배들을 그러모아 회사를 차렸다. 남의 성공을 시기하고 견제하는 라이벌이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응원단으로 만든 거다. 그러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개그맨도 하고 아이돌도 하는데 저자들이라고 왜 못하겠는가.

우리는 현수막에 ‘제1회’라는 말을 박지 않았다. 어쩌면 2회, 3회 계속 이어질 수 있으니까. 다음엔 또 어떤 이벤트를 해볼까. 운동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 이 느슨하면서도 활기찬 연대에 동참하시라.

마녀체력(‘걷기의 말들’ 작가·생활체육인)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