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말씀·사귐 통한 변화… 믿음의 내적 본질에 충실해야”

국민일보

“기도·말씀·사귐 통한 변화… 믿음의 내적 본질에 충실해야”

교회 설립 135주년 맞는 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 인터뷰

입력 2022-09-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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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가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진행된 국민일보 대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한국교회 위기를 영적 성숙으로 극복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가 오는 27일 교회 설립 135주년을 맞는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새문안교회는 한국교회 역사의 산증인이다. 복음 전파와 사회 섬김에 앞장서고 있으며, 2019년에는 새 예배당을 건축해 지역과 한국교회와 공유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만난 이상학 목사는 “새문안교회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복음전파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며 사회에 이바지했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침체된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 성도들의 내적 성숙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난 사람=이명희 종교국장

-새문안교회는 1887년에 설립된 장로교 최초의 교회로 알려져 있다. 새문안교회보다 2년 먼저 설립된 정동교회, 1883년 설립된 소래교회도 있는데 새문안교회가 어머니 교회처럼 느껴지고, 또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새문안교회가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엄격하게 말하면 최초의 장로교회라기보다 최초의 조직 교회다. 한국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 선교사가 서상륜 권서인 두 분을 장립 장로로 두고 교회를 시작해 당회가 제일 먼저 조직된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새문안교회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리더십 아래 서울 경기 지역에 14개 교회를 개척하면서 소위 모 교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또 도산 안창호 선생이나 우사 김규식 박사가 새문안교회 교인으로 당시 한국 역사의 애환을 함께하면서 새문안교회는 민족과 함께하는 교회가 됐다. 그 후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서는 등 새문안교회의 상징성과 역사성이 지금까지 두드러지게 된 것 같다.”

-새문안교회에 부임한 지 5년 차다.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교회에 부임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설교 강단에서, 또는 목회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지금도 건강한 부담감이 조금씩 가중되고 있다. 청빙 제안을 받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면서 내가 가야 하는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연세대에서 학부를 졸업해 언더우드 선교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새문안교회에 와서 이분이 단순히 한국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일 뿐 아니라 한국 선교의 독특성과 고유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확고한 복음주의 정신에 입각해 교회를 중심으로 선교를 해나가면서도 백성 전체를 복음 안에서 변화시켜 당시 조선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경신학교 연희전문학교 등을 세우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병원도 세우면서 교회, 학교, 병원의 선교 트라이앵글을 형성했다. 이 부분들이 바로 새문안교회 선교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나가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나라와 민족을 어떻게하면 신실하게 섬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140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가장 놀라운 부흥을 이뤘다. 동시에 가장 빠른 시기에 노화가 진행되는 기현상을 보인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나.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교회가 부흥해 왔던 경로를 천천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때 기독교 인구가 20% 가까이 됐다는 것은 하나님이 감당할 수 없는 은혜를 부어주신 부분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건강한 부흥이 일어나는 데 필요했던 어떤 과정을 지나치거나 혹은 우회한 부분들이 있다. 신앙의 본질은 내면에서 외면으로 향한다. 개인의 회심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깊은 은혜의 경험이 위에서 아래로, 또 옆으로 흘러서 다른 사람들에게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부흥을 보면 이런 ‘내적 축적’을 통한 ‘외적 팽창’이 빠져 있는 것 같다. 복음의 내공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회는 성도들이 신앙의 내적 축적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본을 다지게 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신학이 아직 없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국교회는 한국인들이 가진 고유한 정서들을 연구하는 신학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회에 관한 관심을 소홀히 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국민일보가 지난 4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교회 신뢰도가 18% 아니었나. 한국교회가 좀 더 사회를 깊게 헤아리고 반응하면 하나님이 여전히 한국교회를 사용하실 거라 믿는다.”

이명희(오른쪽) 국민일보 종교국장과 대담하고 있는 이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 코로나19까지 닥쳤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가고 있지만 대다수 교회는 현장예배로 돌아온 성도 비율이 60~70%를 넘지 않고 있다. 코로나 기간 한국교회가 새롭게 직면한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일까.

“사실 고민이 많다. 코로나가 처음 닥쳤을 때는 옥석이 가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처럼 프로그램이나 테크닉 중심으로 목회를 하고 성도들을 모아서 응집시키는 것은 이제 어려워졌다. 우리 교회도 아직 현장예배에 돌아온 성도들이 60%가 안 된다. 나머지 교인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한다. 그들은 온라인에 머물면서 자기 나름의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개인이 지닌 주체성과 자유 의식이 훨씬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변 목회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친 ‘하이브리드 처치’를 이야기하고 나도 온라인 교구 목사를 뽑을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대형교회가 하이브리드 처치로 가는 순간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장악하듯이 온라인 사역을 할 수 없는 작은 교회가 문을 닫을 수 있다. 교회 생태계가 깨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교회뿐 아니라 교단들이 진지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어느 정도 기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준 선한 도전도 있다. 본질 자체가 중요한 시대로 전환돼 설교 말씀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그것도 내용이 탄탄한 설교에 성도들이 귀를 기울인다. 아울러 소그룹이 탄탄한 교회는 이 코로나 시대를 잘 헤쳐나가는 것을 볼 때, 성도들이 코로나로 인한 고립과 단절 속에서도 변화를 가져다주는 실질적 모임에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기도 말씀 사귐을 통한 변화 등 내적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는 가르쳐줬다.

-지난 20~22일 열린 예장통합 제107회 총회에서 ‘목회지 대물림 방지법’을 1년간 연구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앙고백모임’ 등을 통해 세습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는데.

“‘목회지 대물림 방지법’이라 불리는 총회 헌법 28조 6항은 당시 시대 정신과 교회 본질에 대한 인식이 결합해 제정된 것이다. 당시 시대 정신은 공정성이었다. 또 교회의 주인은 오직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에 교회가 목회자나 특정한 힘에 의해 다음 지도자가 결정되는 모양새는 교회의 거룩성과 공공성을 해치고, 교회의 사회적 이미지를 실추시켜 전도와 선교의 문이 닫히게 된다. 따라서 목회지 대물림 방지법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선교적 이미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득 수준이 3만 달러를 넘으면 탈기독교화가 심해진다고 한다.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의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달라.

“현대인은 종교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지만 영성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하나님과 깊은 만남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은 강해지는 반면에 그것을 어떤 제도나 형식 등 정해진 프레임을 통하는 것은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는 좀 더 영성에 관한 관심을 많이 갖는 대신 그 무게는 가볍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영성에 대한 현대인의 깊은 관심을 한국교회가 파악해 사역한다면 새로운 부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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