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道公 군기 잡는 원희룡

국민일보

[한마당] 道公 군기 잡는 원희룡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22-09-23 04:10

국내 1호 고속도로 휴게소는 1971년 1월 개장한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다. 당시엔 승용차가 귀해 휴게소 사업은 그저 그랬다. 휴게소 내 음식점들도 도로공사가 싼값에 하청을 주는 바람에 위생이 불량하고 음식 맛도 별로였다. 80, 90년대엔 자동차가 크게 늘면서 ‘황금알 낳은 거위’로 불릴 정도로 휴게소 사업이 전기를 맞았다. 음식 맛은 그대로인데 값만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도 이용하는 근린시설로 가격 차가 없는 미국 등지의 고속도로휴게소와 달리 요금소를 나가면 통행료를 또 내야 하는 폐쇄적인 국내 고속도로 특성상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고속도로가 늘어나 휴게소도 제법 경쟁체제가 갖춰졌지만, 음식값은 여전히 일반음식점보다 20~30% 비싸다. 휴게소 위탁 업체가 음식점 매출의 41%를 수수료로 걷고 그 절반을 도공에 임차료로 내는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음식값 바가지는 여전한데 각 지방의 특색 있는 음식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오죽하면 요식사업가 백종원 대표가 휴게소를 찾아 그 지역 농산물로 음식을 조리하는 ‘맛남의 광장’ TV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였을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도공에 추석 기간 중 207개 휴게소 음식값을 10% 인하할 경우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겠다고 설득했으나 도공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나섰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에 “공기업 개혁과 국민 부담 절감 차원에서 휴게소 음식값 인하를 검토해왔다”며 “도공이 이 사안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의심돼 강도 높은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휴게소 음식값에 대한 국민적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 해도 밀실에서 인하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감찰하는 게 개혁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휴게소 위탁방식 및 수수료 산정 체계와 공기업 경영평가 방식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 분석해 공론화하는 게 순서다. 국민을 내세워 누르는 건 또 다른 포퓰리즘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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