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입은 교회, 다른 사람을 품다

국민일보

다름을 입은 교회, 다른 사람을 품다

[건축주 하나님을 만나다] <14> 김포 연결고리패밀리처치

입력 2022-09-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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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예배하던 경기도 김포 연결고리패밀리처치는 아이들과 비기독인, 성도들이 행복한 교회가 되자며 2017년 건축을 시작했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발품 팔고 불필요한 장식은 피하면서도 모두를 위한 공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아낌없이 썼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김포골드라인의 종착인 양촌역이 가까워오자 철도가 속도를 줄였다. 차창 밖 풍경도 느리게 흘러갔다. 순간 건물 하나가 차창 안으로 들어왔다. 박공지붕에 회색빛 외벽 3층 건물의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창고처럼 보이는데 크기도 위치도 제각각인 창들이 단조로움을 깼다.

양촌역 2번 출구로 나서니 차창으로 본 건물이 나타났다. 지하철 출구가 건물 출입문처럼 여겨질 정도로 가깝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의 이 건물 1층은 카페다. 다양한 연령의 손님들이 음료와 브런치를 먹고 있다. 건물 2층에 있는 김명군(67) 연결고리 이장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사장님, 달지 않은 음료 추천해 주세요.”

카페 사장이 청귤차를 권했다. 김 이장은 이 건물에 자리한 연결고리패밀리처치 목사다. 연결고리란 이름에서 착안해 ‘이장’이란 직함을 붙였다. 카페 사장은 교회 심선실(53) 권사다.

지하철 차창이 액자가 되고 목사와 권사는 이장과 카페 사장이 되는 교회. 건축을 말하기 전 이야기부터 담기로 했다. 지난 22일 교회에서 만난 목사와 성도들은 한목소리로 ‘미라클 스토리’라고 했다.

옥탑방, 태권도장 그리고 비닐하우스

지난 22일 연결고리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건축 이야기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디자인팀 김보현 집사, 김맑음 집사, 심선실 권사와 김명군 목사, 건축위원장 김영규 장로, 부위원장 이인환 장로, 디자인팀 김밝음 강도사.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김 목사는 2014년 세 번째 교회를 개척하면서 공간은 고민하지 않았다. 자신의 집에서 첫 예배를 드리고 옥탑방, 초등학교 강당, 태권도장 등을 옮겨 다녔다.

“여덟 번째 장소가 바로 여기에요. 땅 중앙 25평짜리 무허가 초가집에서 2015년 12월 첫 예배를 드렸죠.”

이제는 상징이 된 비닐하우스는 교회를 찾는 사람이 늘어 내놓은 해법이다. 교회 건축위원장을 맡았던 김영규(70) 장로는 “성도들과 그해 겨울 100평 규모로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난감한 상황이 생겼다. 2014년 착공한 골드라인의 철로가 2년 뒤 교회 옆으로 깔리면서 교회로 진입하는 농로까지 막았다. 그제서야 땅값이 싼 이유를 알게 됐다.

그럼에도 교회를 짓기로 한 건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공사장에서나 볼 법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놀고 비가 오면 진탕이 돼 장화 없인 걸을 수 없었다. 김 목사는 “교육관을 짓기로 했는데 한 층만 더 올리면 예배실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건축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건축을 시작하기 반년 전 주일예배에서 김 목사는 성도들에게 건축계획을 알리며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불신자 아이들 그리고 교인들이 좋아하는 건축이다. 마지막 원칙은 ‘우리가 짓자’였다. 그러면서 “건축 헌금은 받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천정을 바닥에 붙인다고 해도 믿고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믿고 따를 건축위원장과 부위원장도 세웠다. 김 장로와 이인환(61) 장로다. 김 목사는 “건축에 일체 관여하지 않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내가 지기로 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다시 비닐하우스로 돌아가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7년 11월 건축이 시작됐다.

지하철 차창에 교회를 담다

졸지에 건축 권한을 위임받은 두 장로는 건축과 거리가 멀었다. 건축 유경험자도 아니었다.

인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 장로는 일찌감치 퇴임을 준비하던 때 위원장직을 맡았다. 부지에 공장을 세운 경험이 전부였다. 이 장로도 소프트웨어 회사를 이끌며 사무실 인테리어 정도만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개척 때부터 함께한 목사와 성도들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부족한 재정을 고려해 모든 건축 과정은 ‘심플 이즈 베스트’를 추구했다.

역할도 나눴다. 김 장로는 건설업자와 공사 현장 인부, 건축에 참여한 성도들 의견을 조율했고 이 장로는 재정과 인허가를 담당했다.

김 장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대화로 푸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했다.

달라진 설계와 디자인 때문에 난감한 일도 경험했다. 김 장로는 “박은 못을 뽑아야 한다고 하니 목수가 망치를 집어 던지고 갔다. 그들을 달래는 건 내 몫”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장로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건축보다 건축 요건을 맞추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들었다”며 “형질을 농지에서 대지로 바꿨고, 진입로를 내려고 토지 소유자들을 일일이 만나 추가 매입했다”고 말했다. 공사업체와의 결제 약속도 철저히 지켰다.

그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김포시가 지하철 역사 없이 차량기지만 만들려던 기본계획을 변경해 기지 안에 양촌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전문 업체에 맡긴 설계 초안도 놀라웠다. 김 목사의 목회 철학이 담겨 있었다.

김 목사는 “교회는 교회 같으면 안 된다는 게 평소 스타일인데 디자인은 십자가도, 탑도 없어 교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고 전했다.

눈길을 끄는 건 창이다. 크기도, 높낮이도 제각각이었다. 김 목사는 “다양성을 인정하신 하나님처럼 교회도 다름을 인정하는 곳이 돼야 한다. 창이 그 메시지를 표현한 듯했다”고 풀이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장로는 “15m 고도제한이 있는데 처음 설계 때 박공지붕 높이가 15.3m였다. 30㎝ 줄이려고 삼각뿔을 완만하게 했더니 오히려 예배당이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발품을 팔아가며 공사업체와 장비업체를 일일이 섭외했다. 김 장로는 “차량 이동거리가 회사 대표 때보다 더 많았다”고 했다.

외벽은 친환경 소재의 회색빛 징크패널, 크기가 다른 창은 다양성을 인정하신 하나님의 메시지를 담으면서 단조로움을 깼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공사는 두 대의 크레인으로 비닐하우스를 이동하는 데서 시작됐다. 땅을 다지고 골조를 세웠다. 외벽은 비용 절감을 위해 콘크리트 대신 징크패널을 선택했다. 단열판에 티타늄 구리 등이 첨가된 징크를 덧댄 이 패널은 친환경 소재에 내구성도 강했다.

예배당은 성도 수에 맞춰 320명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크면 클수록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 장로는 “성도가 늘면 강단을 뒤로 밀어 예배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절감을 위해 예배당은 성도 수에 딱 맞췄고 강단과 회중석은 조명으로 구분했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강단과 회중석은 조도와 색을 달리한 조명으로 구분했다. 강단 쪽 조명은 세피아색으로 경건한 느낌을 줬다. 대신 재정을 써야 할 곳엔 확실히 썼다. 내진설계를 하고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자재 선택과 인테리어는 디자인이 현업인 성도들이 맡았다. 심 권사를 비롯해 10여명의 디자인팀은 공장 등을 찾아 문고리부터 페인트까지 직접 고르고 제작도 의뢰했다.

2018년 7월 건축은 끝났지만 교회는 김 목사가 말한 건축의 네 가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불신자와 아이들을 위한 교회다. 심 권사는 “카페는 비기독인도 편하게 오도록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했는데 바쁠 때는 30~40분 기다릴 정도로 인기있다”며 “영업이 끝나면 카페 주변에 담배꽁초가 많다. 불신자가 많이 찾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1층 카페는 비기독인도 찾는 지역 내 핫플레이스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카페 앞 1500평 주차 공간도 주민들에게 열려 있다. 다만 주일엔 이용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뛰어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 건물 2층도 ‘일구어가는 실(초등부)’ ‘이어가는 실(자모방)’ 등 아이들이 차지했다. 같은 층 김 목사 방인 ‘연결고리 이장실’이나 재정부방 ‘오병이어실’은 아이들 공간을 빌려 쓰는 느낌이다. 방 이름은 성도들이 지었다.

이 같은 노하우를 들으려고 찾아오는 목회자들도 많다. 그럴 때마다 두 장로가 강조하는 건 건축 전 원칙과 철학 선포다. 김 목사도 분기마다 무료로 ‘목회자 양육세미나’를 열어 개척부터 현재까지 교회 성장과 건축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오는 26~27일엔 제73차 세미나를 연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김 목사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공사 기간 내내 밤늦게까지 기도하고 고민하며 회의하는 성도들을 보며 미안하면서도 감사했어요. 논바닥에서 비닐하우스로 시작해 성장한 우리 교회가 건축의 정답은 아니지만 기적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김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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