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꺼’ 빈번한 교내 스토킹, 금품갈취 보다 많다

국민일보

‘넌 내 꺼’ 빈번한 교내 스토킹, 금품갈취 보다 많다

온라인 포함 땐 실제는 훨씬 많아
수업 중 몇시간 교육이 유일한 대책

입력 2022-09-23 00:04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같은 학교 남자친구 B군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B군은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만남을 강요했고, 교내에서 마주치면 일방적으로 손을 잡거나 끌어안았다.

중학교 1학년 C양은 어느 날 책가방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내용의 쪽지를 발견했다. 처음엔 장난이라 생각해 넘겼으나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켜볼 것’이란 글에 두려움을 느낀 C양은 담임교사에게 신고했다. 쪽지를 보낸 사람은 같은 반 남학생이었다.

폭력예방교육 전문가들이 학교 현장에서 접한 실제 사건 사례다. 22일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2학기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학교폭력 피해의 5.7%는 스토킹이었다. ‘금품갈취’(5.4%)보다도 잦았다. 게다가 해당 조사는 스토킹 행위를 ‘의사에 반해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불안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포함하면 실제 스토킹 행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학교 내 스토킹 범죄 예방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선택교과인 보건 수업과 연간 15시간 듣는 성교육, 연간 1시간 듣는 성폭력 예방교육 시간이 그나마 스토킹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강사의 준비에 따라 스토킹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보건교사와 폭력예방 전문강사들은 이 같은 여건에선 스토킹에 대한 학생들의 근본적 인식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건 교과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채택하는 학교가 드물고, 몇 시간 안 되는 관련 교육으론 스토킹 외에도 방대한 성폭력 유형을 두루 심도 있게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아라 공감N소통 성교육연구소장은 22일 “스토킹을 주제 삼더라도 맥락 설명 없는 일회성 강의에 그치기 십상”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여부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럼 두 번까진 따라가도 되느냐’는 황당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콘텐츠도 미비하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폭력을 다루는 강의안이나 교·보재가 많아진 반면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스토킹 관련 콘텐츠는 제한적이다. 실제 여성가족부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제작한 92페이지짜리 ‘성폭력 예방교육 표준강의안’에서 스토킹은 불법촬영 범죄 양상을 설명하면서 딱 한 차례 언급됐다. 양평원 위촉 전문강사는 “교육을 위해 (내가) 알아서 변호사 유튜브를 찾아보며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