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년 만에 1400원 돌파… 韓경제 휘청

국민일보

환율, 13년 만에 1400원 돌파… 韓경제 휘청

美 3연속 ‘자이언트 스텝’ 여파
증시 요동… 에너지 가격도 급등

입력 2022-09-23 04:09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여파로 당분간 강(强)달러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높다. 달러 가치 상승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는 같은 양을 들여와도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까지 위축돼 있는 상황에 수출도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의 예고된 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인상은 지금도 고금리에 직면한 가계와 기업 모두에 악재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4.2원)보다 15.5원 상승한 140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을 겪던 2009년 3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증시도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3% 하락한 2332.31, 코스닥지수는 0.46% 내린 751.41로 마감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 영향이 컸다. 미 연준은 이날 새벽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며 지난 6월, 7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크다. 미 연준은 오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회의를 앞두고 있다.

예고된 고환율 상황은 최근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한국에 대형 악재다. 일단 달러로 결제하는 각종 원자재·중간재 수입액 부담이 커진다. 한 예로 니켈의 경우 전날 기준 t당 2만4680달러로 1개월 전(2만1810달러)보다 13.2%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환율 부담이 더해지면 니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세계 에너지 가격도 급등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가스 수입액은 전월 대비 106.9%나 폭증했다. 이달 들어 1350원을 넘어 140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과 국제 수급 영향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환율 상승 등으로 가스 등 에너지원 수입단가가 올라갈수록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생산단가가 올라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 인상을 골자로 한 요금체계 개편안을 다음 주 중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으로 무역·상품·경상수지에 관한 문제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 특히 중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가 점점 커지고 반도체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조금 좋지 않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 부총리는 1400원대가 무너진 데 대해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투기 심리가 확대되는 등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경택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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