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추락하는 집값… 규제는 과감히 풀고 서민은 내집마련 기회로

국민일보

[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추락하는 집값… 규제는 과감히 풀고 서민은 내집마련 기회로

입력 2022-09-26 04:02

올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2년 전 집값으로 회귀하는 등 급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설과 추석 명절을 전후해 과거에도 시장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몹시 이례적이다. 단기 변동성이 크고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달만 해도 추석 이후 집값 향방을 두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재반등을 주장하는 이들과 장기 상승 후 조정 내지 거품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이들 간의 논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들어 시장은 돌변했고 하방에 무게 추가 쏠리는 분위기가 대세다. 금리와 환율 급등, 실물경기 침체, 자산시장 붕괴 우려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때문이다.

아파트 시장이 가장 심각하다. 격변기를 맞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을 넘어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권 인기 아파트마저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예컨대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의 경우 최근 19억5000만원(7층)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최고가(27억원)보다 7억5000만원 급락했다. 인근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 5단지도 매매계약 후 집값이 3억원 이상 폭락하는 바람에 매수자가 계약금을 날린 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다는 강남권 중형 새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양새는 충격 그 자체다. 그야말로 주택시장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러다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처럼 폭락 장세 혹은 시장 붕괴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커진다. 이에 놀란 정부는 규제 완화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지난 6월 30일 1차로 규제 지역을 해제한 이후 지난 22일 2차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등 지방과 인천, 경기도 일부 지역의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풀었다. 다만 세종시는 청약 과열을 이유로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유지했다. 만일 주택 경기가 더 나빠지게 되면 경기도와 서울외곽지역도 순차적으로 규제 지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은 커졌다는 관측이다.


규제 지역이 해제될 경우 예상되는 정책 효과는 무엇이고 시장에는 어떤 영향력이 나타날까. 대출, 세금, 청약 자격, 전매 제한, 재건축 정책이 바뀐다. 대출은 쉬워지고 세금은 중과세가 없어지며 재당첨과 전매 금지 기간이 줄어들 뿐 아니라 재건축 추진 사업도 훨씬 수월해진다. 그렇게 되면 수요가 다소 살아나는 데다 거래량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거래 증가, 가격 상승은 기대난이다. 요컨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지적·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에 비상등이 켜진 근본 원인은 뭘까? 앞으로 주택 경기는 어떻게 변화할까? 정부의 효과적 정책 대응 방안은? 수요자의 최적화된 해법은 무엇일까? 하나씩 따져 보자. 부동산 교과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내리는 경우를 다음 7가지로 제시한다. 실물 경기가 변동할 때, 부동산 경기 자체가 변동할 때, 부동산 정책이 변화할 때, 금리가 급변동할 때, 환율이 변동할 때, 부동산 심리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때, 해외 부동산시장 동향 등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대입하면 이렇다. 우리는 지금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무역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있으며 주택 경기 변동 사이클도 상승 국면에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금리와 환율 폭등, 하락 기대심리의 광범위한 확산,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부동산시장 하락도 부정적 영향의 주범이다. 특히 금리 변수는 가장 큰 변화 요인으로 금리의 주택시장 기여도는 40%를 넘고 있다. 금리가 1% 오를 경우 15개월 후 미래 집값은 5.2% 내린다는 최근 보고서도 주목되는 이유다.

다음으로 향후 집값 전망은 어떠할까? 언급한 대로 금리가 오르는 한 집값은 오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까지 상승할 경우 4억원을 만기 40년,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빌린 가구는 매월 278만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 급증으로 인해 주택 수요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는 38%, 경기는 58% 거품이 축적됐다는 보고서를 통해 거품 붕괴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79.5를 기록해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집값 전망 여론조사 결과(응답자의 66%가 내릴 것, 14%가 오를 것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지표와 연구 결과가 집값 하락을 향하고 있다. 필자는 단기적으로 내년, 중기적으로 2~3년, 장기적으로 4~5년가량 집값 조정기 내지 하향 국면이 도래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결론이다. 첫째,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 향상에 있다. 즉 집값과 전월세의 가격 안정에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270만호 공급 계획은 물론 시장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과도한 규제 조치는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GTX-A·B·C·D와 각종 철도, 도로 개설 등 대중교통망 확충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금리 폭등으로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주거 빈곤층과 20~30대로, 이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주거바우처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택을 공급하는 기업의 경영 철학이다. 주택은 사유재이면서 공공재다. 정부는 건설사를 지원하는 한편 건설사도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이른바 ‘착한 분양가’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도록 원가 절감과 기술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설령 주택 경기가 불황에 빠지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아파트는 미분양 걱정도 없고 높은 경쟁률로 완판되기 마련이다.

셋째, 수요자 입장에서 최적화된 해법이다. 종전과는 전혀 다른 주택 매매 전략이 요구된다. 여러 번 강조했듯 무주택자는 집값 하락기를 내집 마련의 절호의 기회로, 1주택자는 장기 보유 방안, 다주택자는 실거주 외의 잉여 주택을 줄이는 슬림화 내지 다운사이징의 실천 기회로 삼는 전략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부동산은 복잡계이고 고차방정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