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한국과 중국, 애증의 30년

국민일보

[국민논단] 한국과 중국, 애증의 30년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

입력 2022-09-26 04:02

금년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된 해이다. 두 나라는 국경을 맞대고 2000년 이상 지속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양국은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공존하다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교류가 끊어졌다. 이후 42년간 체제가 다른 두 나라는 서로 적대적 관계에 놓였다.

그러다가 세계 냉전체제 종식과 더불어 두 나라는 1992년 극적으로 국교를 수립하게 된다. 국교를 수립하게 된 데에는 두 나라의 이해, 특히 경제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배경이 있었거니와 수교 후 한·중 양국은 그동안의 적대 관계를 잊을 정도로 급속히 교류를 확대해 나갔다. 수교 초기 63억 달러였던 양국의 교역량이 2021년 현재 3015억 달러로 47배가 증가했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량도 30년 동안 160배 증가했다. 경제적 교역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교류도 활발하게 일어나 두 나라는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졌다.

양국 간에 약간의 불협화음을 낸 것은 2002년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여기서 중국은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이뤄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와 발해 또한 중국의 역사다’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 문제를 중국이 정치 쟁점화하지 않고 학술적 연구에 맡긴다는 자세였기 때문에 결정적 마찰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고 잠복해 있었다. 두 나라 사이의 교류도 여전히 계속됐다. 그러다가 금년에 중국에서 개최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전시회인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서 한국 측이 보내준 한국 고대사 연표에 있는 고구려와 발해를 고의적으로 삭제한 것이 발단이 돼 첨예한 문제로 부각됐다. 언젠가는 터질 일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중 간에 결정적 틈이 벌어진 것은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후부터였다. 중국은 한국의 드라마, 영화 상영을 금지하고 모든 문화예술 단체의 중국 내 공연을 금했으며 관광객도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무자비한 보복을 감행했다.

또 그동안 잠복해 있던 중국식의 ‘천박한 민족주의’가 이 무렵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국 문화의 중국 기원론이다. 김치, 한복, 삼계탕, 판소리, 단오절 등 한국 문화의 기원이 중국에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친위 부대로 문화혁명 때의 홍위병과도 같은 이른바 ‘소분홍(小粉紅)’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중국이 발명한 문화가 한국으로 전해졌으니 문화의 소유권이 중국에 있다’라고 강변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단오절은 중국의 민족 영웅 굴원(屈原)의 제사 문화를 한국이 강탈해간 것’이라고 억지 부리는 식이다. 한국은 중국 문화를 빼앗아간 도둑이요 침략자라고까지 말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몽(中國夢)’으로 대변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칠 수 있을 정도로 국력이 발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기술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천박한 민족주의에 갇혀 있는 한 중국몽의 궁극적 실현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중국을 박명림 교수는 ‘가분수 국가’라 불렀다. 즉 “몸집은 큰데 생각은 왜소한 나라” “국력은 제국 규모이나 사고는 소국 수준의 나라”라는 것이다.

이렇게 “왜소한 생각”과 “소국 수준의 사고”의 결과 중국은 현재 주변 국가와 세계로부터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반중(反中) 여론이 일본은 87%, 미국은 82%, 호주는 86%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반중 여론도 80%로 나타났다. 한국 문화의 중국 기원론 등 속 좁은 민족주의가 한국민의 여론을 극도로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중국은 대국이다. 과거의 중국은 문화의 힘으로 주변국을 복속시켰다. 중국이 강요하지 않아도 주변국들은 공자와 주자의 나라로서의 중국에 머리를 숙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국의 풍모를 지녔다. 현재의 중국은 “소국 수준의 사고”를 가지고 몸만 훌쩍 커버린 외형상의 대국일 뿐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해 진정한 대국의 모습을 갖춘 중국을 보고 싶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