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순환경제가 넷제로 지름길

국민일보

[경제시평] 순환경제가 넷제로 지름길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입력 2022-09-27 04:03

최근 세계적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탄소를 줄이려면 순환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자원 채취와 생산,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와 달리 순환경제는 생산, 유통 및 소비 과정에서 사용한 물질을 재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순환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 입장에서 기업이 제품 개발과 디자인 단계부터 국가 전반의 탄소 감축을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선 폐기물 처리 수요 증가 및 높은 희소성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다양한 순환경제 분야 중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곳은 폐플라스틱과 폐배터리다. 수레바퀴, 종이, 문자와 함께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은 매년 생산량이 약 83억t에 달하지만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 12%는 소각되고, 79%는 토지에 매립되는 것이다. 그동안 플라스틱으로 만든 페트병은 값싸고 사용이 편리해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줬지만, 최근에는 해양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건강과 생태계에 큰 위협을 주면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삼일 PWC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재활용산업은 5년 후 시장 규모가 639조원에 달하고, 그중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도 79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모든 음료 패키지의 재활용을 추진하면서 킬클립(KeelClip)이라는 기술을 도입해 플라스틱 묶음 포장 대신 종이 뚜껑을 사용하고 있다. 볼보도 중형 SUV인 ‘XC60 스페셜 에디션’의 바닥 카펫과 시트 제작에 페트병을 활용했고, 2025년 이후 출시하는 전 차종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25%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 계획이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의 실내 인테리어 내장 마감재 대부분을 바이오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폐플라스틱 순환체계를 자체 구축해 제품 생산에 재생플라스틱을 25% 사용하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함께 전기차 폐배터리도 유망한 분야다. 시장조사업체인 SNE에 따르면 폐배터리 숫자가 크게 확대되는 2030년에는 12조원, 2040년엔 87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6년부터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활용에 이르는 전 사용 과정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실행해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선두 주자인 독일은 BMW, 바스프 등 기업들과 손잡고 배터리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배터리 패스 제도를 준비 중에 있다.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도 이미 2018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및 책임 이행 여부 감독을 위해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EVMAM-TBRAT)’을 구축한 바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폐플라스틱과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각종 폐기물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인센티브 위주의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순환경제 관련 기술개발과 투자에 본격 나서야 한다. 순환경제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과 공정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2050 넷제로’라는 어려운 도전 과제 해결을 위해 순환경제의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 발돋움해 탄소 감축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바란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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