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쉽고 미흡했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해명

국민일보

[사설] 아쉽고 미흡했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해명

입력 2022-09-27 04:03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비속어 논란에 대해 첫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것은 두 가지였다. 우선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는데, 이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비속어를 말했는지는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말실수했다면 유감 표명을 하면 될 일이고, 하지 않았다면 부인하면 될 일이었다. 대통령실 해명처럼 우리 국회를 비하한 발언이었다면 거기에 대해 사과했어야 했다. 미흡하고 아쉬운 해명이었다.

둘째 윤 대통령은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은 MBC 보도 경위를 말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녹음한 풀 기자가 MBC 소속이었고, 보도가 나오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비판이 나온 과정이 석연찮다는 것이다. MBC가 민주당에 정보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MBC의 ‘왜곡·조작’과 ‘정언유착’을 성토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편집)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 사장 사퇴, 명예훼손 고발 등 후속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은 MBC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 발언이 보도 이전에 정치권에 유출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민감한 발언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단정적으로 보도된 과정도 의문스럽다. 내부에서 영상 유출 의혹이 제기된 만큼 MBC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이 방송사 보도를 사실이 아니라고 낙인찍고 압박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비속어 문제를 분명하게 해명하지 않은 채 보도부터 문제 삼는 것도 부적절하다. 미국 백악관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 “미국과 한국 관계는 굳건하고 증진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미국은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데 한국은 사생결단의 정쟁을 벌이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를 이렇게 키운 것은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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