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은 월요일’에 외환위기 경고음… 국정 대전환 필요하다

국민일보

[사설] ‘검은 월요일’에 외환위기 경고음… 국정 대전환 필요하다

입력 2022-09-27 04:01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만에 1430원을 돌파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2290.00에서 3.02%(69.06포인트) 내린 2220.94에 장을 마감했다. 이한형 기자

주식과 외환시장이 26일 나란히 ‘검은 월요일’을 보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큰 출렁임을 보이며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20원 이상 급등해 1430원을 돌파했다. 주가지수는 연일 신(新)저점을 갱신하는 중이고,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300원대가 깨지고도 계속 올라 1500원대 진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의 비명이 커지면서 시장을 분석하는 목소리도 다급해졌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달러의 초강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아시아권 기축통화인 엔과 위안화 가치는 근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달러당 145엔까지 추락한 엔화 환율이 150엔을 넘어서면 외화자금의 아시아 이탈이 가속화해 1997년 수준의 외환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상을 앞서가기 마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외환자금 조달 여건은 양호하다. 원·달러 통화스와프도 이론적으로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던 장담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국제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됐던 외환위기 사태를 우리는 고통스럽게 경험했다. 괜찮을 거라는 말이 왠지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위기감을 경시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위기감을 뒷받침하는 지표도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올겨울 대란을 걱정할 만큼 에너지 수급이 어렵다. 우리의 생명줄인 수출은 몇 달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혹독한 계절에 접어들었다. 수출로 벌어야 버틸 수 있는 나라에서 반도체란 방어막에 빈틈이 생긴다면 투기자본이 가장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그에 대한 대처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커다란 문제 하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응이 과하면 위기를 부추긴다지만, 지금은 물가·금리·환율·수출이 모두 악화해 이미 국민의 삶을 옥죄는 상황이다. 실수를 연발하는 대통령실과 무기력해 보이는 정부, 권력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집권여당이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정의 메시지를 서둘러 바꿔야 한다. 잡다한 논쟁에서 벗어나 경제를 말하라.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사회적 역량을 위기 극복에 결집할 수 있다. 어젠다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