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드는 안전

국민일보

[기고]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드는 안전

김상헌 경성대 스마트바이오학과 교수

입력 2022-09-29 04:07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는 단어의 어원은 말뚝(Stake)을 가지고 있는 사람(Holder)이다. 19세기 미국에서 말뚝을 땅에 박음으로써 자신의 토지를 표기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당시에도 땅의 경계를 두고 끝없는 분쟁이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대단히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공기와 물은 매초 숨을 쉬고 먹고 마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경북 구미 불산 사고를 계기로 2015년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법 개정과 기업의 현장 적응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혹자는 화학 3법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화학·정유산업을 통째로 포기해 버리자는 패배주의적 규제, 국가적 참사를 등에 업고 도입한 졸속 규제, 유럽의 신화학물질 규제를 맹목적으로 흉내 낸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압축 성장으로 세계 최고의 경제 발전을 이루며 선진국의 위치에 올라선 우리가 약 300년 전 산업혁명을 거치며 화학 사고와 중독 사고를 겪으며 만들어낸 ‘안전’에 관한 노하우를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2021년 시작한 화학안전정책포럼은 화학 3법의 규제 내실화를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포럼은 기존에 진행했던 방식과는 달리 시민사회,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투명한 정책 결정을 위한 준비, 공개 토론회, 열린 대화, 종합 토론회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문가를 통한 발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산업계 협회 및 단체와의 대화, 유관 법률이 있을 경우 타 부처와의 대화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화학안전정책포럼은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자평한다. 첫째, 획일적인 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를 유해성에 따른 차별화된 지정관리체계로 전환해 화관법에 따른 각종 의무를 내실화하기로 합의했다. 둘째, 2030년 이후 ‘화학물질 안전관리 중장기 계획 수립’의 목표와 비전을 논의해 화학 3법을 아우르는 미래 전략을 수립할 기회를 만들어냈다. 셋째, 이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포럼기획단 회의의 결과는 포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토론회는 온라인으로 공개하며, 이해관계자는 진행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화학안전정책포럼은 참여라는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운영되고, 다른 사회적 이해관계에 위치한 관계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합일점을 만들어가는 의사 결정 과정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우리 사회가 필요하고 원하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한다.

김상헌 경성대 스마트바이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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