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립 반대에 부쳐

국민일보

[빛과 소금]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립 반대에 부쳐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입력 2022-10-01 04:02

전남 신안군이 임자도에 기독교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교계가 종교 편향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23년 12월 개관 목표인 체험관에는 이 지역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지역 경제가 열악하다는 것은 다 안다. 그래서 많은 지역이 저마다의 강점을 찾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 그중 하나가 문화관광사업이다. 신안군도 마찬가지다. 군은 지역의 섬이 1025개나 된다는 점을 부각해 브랜드를 만들었다. ‘1004, 천사섬 신안’이다. 또 기점도, 소악도 등 관내 5개 섬을 연결해 ‘기적의 순례길’을 만들었다. 바다가 썰물일 때면 전체 12㎞에 달하는 순례길을 걸어 다닐 수 있다. 체험관 건립도 문화관광사업 중 하나다. 군은 2016년부터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을 위해 기독교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불교계는 브랜드 ‘1004, 천사섬’에 대해서도 기독교 용어라며 이 지역을 기독교 성지화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순례길에 설치된 12개 쉼터가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땄다며 종교 편향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 용어가 사용되니까 이들 사업이 기독교계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기독교계가 추진하고 군이 협력하고 재정도 지원한다면 편향이란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순례길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사업 가운데 채택된 것이다. 지역 주민이 주도한 사업이다. 전남에는 섬이 많은데 작은 섬을 관광테마로 만들어 관광사업을 추진하자는 거였다.

구체적 사업 진행도 종교와 상관없이 이뤄졌다. 신안군 섬은 실제 1025개다. 그렇지만 기억하고 불리기 쉽게 ‘1004 천사섬’이라 이름 붙였다. 전체 섬 중에 물에 잠기거나 풀이 나지 않는 섬을 제외하면 섬 숫자가 1004개라고 한다. 마케팅을 위해서 없는 사실도 지어내는 판인데 섬 숫자가 1004개로 딱 맞아떨어지니 당시 브랜드를 만들던 이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12사도의 이름을 딴 쉼터는 건축물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일반 작가들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작가들에게 쉼터는 공공미술 작품이다.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까 고민하면서 스토리텔링한 것이 이들 이름이다.

지역 문화관광사업은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 신안군의 문화관광사업에 기독교 색채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신안군은 기독교 복음화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근현대 기독교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6·25전쟁 때 문준경 전도사와 임자진리성결교회 성도 48명이 순교한 곳이고 민족 복음화를 위해 헌신한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 설립자가 태어난 곳이다. 만일 이 지역에 유명한 사찰이 있거나 불교 문화유산이 많았다면 불교체험관이 추진됐을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안군의 노력은 오래됐다. 브랜드는 2012년에 만들었다. 기적의 순례길은 2019년에 조성됐다. 이후 명소로 이름을 알리면서 지난해엔 관광객 5만4000명이 지역을 찾았다. 한 해 동안 관광객 수가 20배나 늘었다고 한다. 그동안 특별한 반응이 없다가 최근 들어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유명해지고 문화관광사업이 잘되니까 시기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종교 편향을 이야기하자면 기독교계도 할 말은 많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예산 현황에 따르면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립 예산이 4억4000만원이고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예산은 22억원이다. 불교체험관 건립 예산이 5배나 많다. 불교의 템플스테이(Temple Stay)는 관광개발기금에서 지원하는데 올해 전통문화체험지원비 총예산 347억원 가운데 70%인 246억원이 템플스테이 예산이다.

이런저런 것을 따지면 사실 끝이 없다. 갈등만 깊어지고 상처만 만든다. 그 피해는 해당 지역 주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중생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불교계의 넓은 마음을 부탁드린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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