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근육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근육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입력 2022-09-30 04:05

오랜만에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했다. 기후 위기에 관한 전문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륙을 앞두고 K팝 스타들이 떠들썩하게 안전 요령을 안내하는 영상이 나왔다. 그러고 나서 곧장 추가 기내방송이 나왔다. 혹시라도 산소마스크를 쓸 일이 생기면 방역용 마스크를 벗고 난 뒤 착용하라는 방송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생각을 해서 미처 질문으로 꺼낼 수도 없었던, 하지만 그 상황이 벌어진다면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고민할 법한 내용이었다.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하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 위기 대응책을 마련해가는 이들과 제주에서 사흘간 묶여 지냈다. 에너지와 농식품, 순환경제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섬세하게 논하는 이들이 있었고, 투자·정책·시민사회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모두 뭉쳐야 했다. 어느 한쪽이 잘한다고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 해도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담론을 형성하고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다. 해가 진 뒤에도 우리는 나눠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체력을 완전히 소진한 나는 서울 집에 돌아와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문제의식을 가지려면 질문을 해야 하고, 질문을 하려면 ‘뭘 알아야’ 한다. 사흘간 밤낮 가리지 않은 끝장 토론은 나에게 작게나마 질문을 던질 힘을 줬다. 적어도 내가 사는 동안은 산소마스크 쓸 일 없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미 곳곳에서 각종 지표와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다. 단지 이 이야기가 조금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 우리 사회에서 자꾸만 뒷전으로 밀렸던 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더 쉽고 정확하게 대중에게 지식을 나눠주길 바란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질문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고,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탄탄한 근육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만들어져야 할 때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