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실수 다음이 중요하다

국민일보

[신종수 칼럼] 실수 다음이 중요하다

입력 2022-10-04 04:20

실수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렇게 사태 꼬이지 않았을 것

본인 책임 가장 크지만
참모 등 주변 사람들도 문제

중도층 이탈 막으려면
비속어 논란 이제라도 사과해야

여자프로골퍼 윤이나(19)가 지난 7월 KLPGA 대회에서 티샷을 316야드(약 290m)까지 치는 것을 봤다. 파워는 물론 스윙폼, 리듬과 템포, 임팩트 모두 경이로웠다. 시원시원한 외모까지 갖춘 윤이나는 프로 데뷔 후 1년 만에 이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계에 엄청난 스타가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 한 달 전에 열린 다른 대회에서 윤이나가 룰 위반만 안 했어도, 정확히 말하면 룰 위반 사실을 신고만 했어도 윤이나의 눈부신 플레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일설에 의하면 모종의 협박에 못이겨, 뒤늦게 신고하고 사과하는 바람에 3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러프에서 친 공이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린 위에서 알게 됐을 때 곧바로 알렸다면 2벌타를 받고 끝났을 일이었다. 1라운드에서 생긴 이 일을 4라운드가 끝나기 전까지만 신고했더라도 실격으로 마무리될 일이었다. 그러나 3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1년에 30개 정도 대회가 열리니 3년이면 90개 대회다. 2벌타 또는 한 대회 실격에 그칠 일을 90개 대회에서 꼴등을 하거나 실격 처리된 것만도 못한 결과로 만들었다. 이 사태는 물론 윤이나에게 책임이 있다. 동시에 캐디나 코치 등 주변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당시 캐디 등은 윤이나의 공이 아닌 것을 즉시 알았지만 그냥 경기를 계속하게 했다. 올해 고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를 어른들이 잘못 이끈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다음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확인한 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했으면 2벌타 정도만 받고 사그라들 사안이었다. 번거롭게 따로 기자회견을 가질 필요도 없이 평소 하는 도어스테핑을 활용하면 된다. 기자들이 물으면 어찌됐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거나 유감을 표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든지, XX라고 한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과한 다음에 했으면 어땠을까. 국회에서 잘 통과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한 말로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하면 반대 진영은 몰라도 중도층 가운데 상당수는 이해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XX라는 말은 검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입에 붙게 돼 있다고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이해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실 참모들도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 발언 후 15시간 만에 겨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 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을 뿐이다. 숨가쁜 외교 현장이어서 바빠서 그랬다면 귀국해서라도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한 참모가 과연 한 명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설령 있다 해도 얼마나 간곡히 건의했는지 의문이다.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한 MBC를 문제 삼더라도 사과를 한 뒤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설득을 해봤는지 모르겠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은 방귀 뀐 사람이 냄새가 독하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에게 성내는 격이다. 소리만 나고 냄새는 안 났는데 냄새가 심하다고 말해 내 인격과 인간 관계를 훼손했다고, 심지어 방귀를 뀌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화 내는 꼴이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역공에 나섰다면 오산이다. 그럴수록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은 멀어진다. 비속어 논란 이후 24%까지 떨어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를 말해준다. 평생 검찰 생활을 하다 대통령이 된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초보다. 정치에 데뷔한 지 1년이 갓 넘었다. 청와대 참모든 윤핵관이든 주변에서 잘 보좌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고집을 부리면 그 앞에서 드러누울 정도로 몸을 던지길 바란다.

프로 데뷔한 지 1년이 갓 넘어 앞길이 창창한 윤이나가 어떻게든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고 극복해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한 청년의 미래가 이번 일로 완전히 닫힌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골프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다. 실수를 적게 하면 이기는 게임이 골프다. 실수를 많이 하는 골퍼들을 보면 실수를 어설프게 만회하려다 또 실수를 하는 플레이를 한다. 실수하면 깨끗이 인정하거나 벌타를 먹고, 다음 샷을 실수 없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는 물론이고 정치도,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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