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칼럼] 각자도생 세계경제 위기와 尹대통령이 할 일

국민일보

[이동훈 칼럼] 각자도생 세계경제 위기와 尹대통령이 할 일

입력 2022-10-05 04:20

주요국들 글로벌 위기 때마다
G20 공조로 경기침체 탈출

최근엔 에너지 위기 우려에
G7 국가들 마이웨이 폐해 심각

윤대통령, G20 정상회담에서
위기대응 설득 나설 좋은 기회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의 특징은 국제적 공조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주요 20개국(G20)이 큰 역할을 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는 약소국에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요함으로써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의 고질병이 된 비정규직 차별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IMF 체제가 낳은 대표적 실패작으로 꼽힌다.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 대응에도 한계가 드러나자 신흥국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렇게 출범한 G20을 통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가 세계 경제 전면에 등장했다.

G20 공조의 위력은 슈퍼파워 미국에서 비롯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났다. 중국이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의 물꼬를 텄고 이에 공감한 주요국들도 재정과 저금리 정책을 적절히 조합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탈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양적 완화 등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했던 터여서 양극화와 부채 문제가 더 심화됐다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가장 큰 부작용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나타나 ‘글로벌 리더십 부재’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국 이기주의를 더욱 확산시키는 온상이 됐다. G7을 비롯한 선진국들 사이엔 에너지 위기에 쫓긴 나머지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우크라 전쟁 발발 직후인 올 3월 초 유럽 경상수지 적자로 유로화의 급락을 경고했으나 이를 눈여겨보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 상품선물위원회(CFTC)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기조를 들어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 금리 인상 랠리와 ‘킹달러’ 현상으로 유로화는 IIF 경고 당시 1.1달러에서 0.98달러로 추락하고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IIF는 또 영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에서 8%로 급격히 증가했다며 파운드화의 절하 가능성을 지적했으나, 영국은 생뚱맞게도 재정 뒷받침 없는 세율 인하안을 발표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이는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다. 영국은 국채 이자율이 폭등하고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열흘 만에 감세안을 철회했다. 유로 국가 주축인 독일도 각자도생의 유혹에 빠졌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와 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280조원 규모의 지원기금 가동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일치된 대응책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일본은 2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엔화를 방어한다며 최근 197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었다. 시장에서는 근본 대책 없이는 링거주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중앙은행과 행정부 간 엇박자는 더 우려스럽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호조세인 고용시장이 완화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일자리 증가를 위해 칩4 동맹,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동시에 밟는 격이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각자도생 행태를 제어할 수단이 없어 세계 경제는 점점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유엔까지 나섰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4일 미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만으로는 원자재값 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신흥국에 큰 타격을 줄 뿐이라며 다른 수단 강구를 촉구한 것이다. 이달 말 인도네시아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정책 공조의 재현은 기대난망이다. 전쟁을 도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다 해서 G20 회담은 조롱거리로 전락할 처지까지 놓였다. 정상회담 의제도 코로나19 후유증 대책 말고 에너지 문제 등 최근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공동 대응 분위기 조성을 해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10여 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G20 무대에서 위기극복 의제 설정을 위해 뛰어 한국 위상을 높였듯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면 어떨까. 최근의 외교 참사 논란을 딛고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위기는 기회이고 기회는 먼저 잡는 이의 몫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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