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한국의 핵무장론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한국의 핵무장론

입력 2022-10-13 04:20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한국도 핵무장 강화' 여론

독자 핵개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대안 봇물

확장억제의 효율성과 신뢰도
높이는 것이 현실적 해법

한국도 핵무장에 나서야 할까.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서 독자 핵개발을 추진해야 할까. 여의치 않으면 미국이 오래 전 철수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라도 요구해야 할까. 나토식 핵공유 방안은 어떤가.

북한의 핵 위협 수위가 연일 높아지자 제기되는 질문이자 주장들이다. 모두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독자 핵개발이든, 전술핵 재배치든 한국이 핵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16일 이후 다음 달 8일 사이가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10월 16일)에서 3번째 임기를 확정지으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의 중간선거(11월 8일)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자극하기 위해 이 시기를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2018년 3월 북한이 자진해서 파괴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이 올들어 복구된 징후가 위성사진에 잇따라 포착되면서 추가 핵실험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런데 한국의 핵무장론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걸림돌이 많다.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시켜줄 뿐 아니라 미국의 반대를 무릅써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원전강국인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서균렬 서울대교수(원자핵공학과)는 ‘2년 안에 핵무기 100개 제조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지지 여론도 높다. 미국의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올 초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 조사대상자 중 71%가 한국의 독자 핵개발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핵개발은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 NPT를 가입했다가 탈퇴한 국가는 북한 외에 없다. 미국의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막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핵개발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독자적인 핵개발은 50여년 전 박정희 정권 때부터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전력이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독자개발에 따르는 미국과의 갈등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또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될 때까지 조건부로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클 수 있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드(THAAD) 반입 때 치렀던 것 이상의 갈등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토식 핵공유는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의 비핵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미국의 핵무기를 유사시 동맹국들의 전폭기 등에 탑재해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안을 제안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헤이글 전 장관은 지난해 ‘핵 확산 방지와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핵기획그룹’의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도 나토식 핵공유 방식으로 북핵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만은 중국의 침공 위협을 이유로 미국과의 핵공유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나토식 핵공유를 한국에 적용하려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선행돼야 한다.

독자 핵개발이든 전술핵 재배치든 한국의 핵무장론에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깔려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대가로 주한미군을 철수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이 미 본토에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감수하고 미국이 한국을 위해 보복 공격에 나서겠느냐는 의구심도 있다. 닉슨, 카터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워싱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발언이 흘러 나왔었다.

북한이 비핵화를 끝내 거부하고 미국의 핵우산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언젠가 한국도 독자 핵개발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미국이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킨다면 한국의 핵무장론도 가라앉을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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