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한동훈 장관의 빈정거리는 답변 태도

국민일보

[여의춘추] 한동훈 장관의 빈정거리는 답변 태도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22-10-14 04:06

국어사전에 나온 ‘되바라지다’의 뜻이다. ‘사람됨이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지 아니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다’ ‘어린 나이에 어수룩한 데가 없고 얄밉도록 지나치게 똑똑하다’. TV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볼 때마다 이 단어가 떠오른다. 야당 의원들과 말을 주고받을 때 늘 싸울 듯이 달려들고, 의원들이 당황할 정도로 지지 않고 꼬박꼬박 대꾸하는 모습에서 얄미울 정도로 똑똑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런 한 장관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질문하면 한 장관이 늘 신경질적으로 답변하기 때문이다. 그 자리가 국회 상임위원회든 대정부질문이든 국정감사든 상관없이 그렇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그에 대해 “매사에 이겨 먹으려고만 한다”고 평가했다. 한 장관이 지지층이 생겨나면서 팬덤에 취해 더 그런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한 장관 답변 태도가 미운 7살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 장관의 답변을 듣노라면 스스로 매를 번다는 생각이 든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될 일을 “지난 5년간 뭘 했길래 야반도주하듯 입법을 했느냐”고 따지고, “깡패가 부패 정치인 뒷배로 서민 괴롭히면 막는 게 국가의 임무다”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범죄자뿐이다”면서 ‘나쁜 정치인’ 프레임을 내걸었다. 상임위 때 미리 질문지를 안 줬다면서 “장학퀴즈식으로 묻지 마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의원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잠깐을 못 참고 끼어들어 반발하는 경우도 잦다. 의원들이 종종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니 분을 못 참아 그랬겠지만 썩 보기 안 좋다. ‘대통령도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장관이 대통령 권한을 넘어설 수 있느냐. 심플한 질문이니 답해 보라’고 하자 “너무 단순해서 질문 같지가 않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의원이 ‘제가 방송에서 한 장관한테 증오의 정서가 없다고 말했다’고 하자 “제가 다른 방송을 들었나 보다”고 했고, 다른 의원이 ‘어렵게 자료를 구해 질문한다’고 하자 “구글링하면 다 나오는 자료다”고 대꾸했다.

조선 제일의 칼잡이라던 그가 이제는 조선 제일의 말펀치 장관이 된 듯하다. 야당이 한 장관을 과도하게 견제하고, 먼저 싸움을 걸기 때문에 그런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의원에게 싸울 듯 대들고, 비아냥거리는 듯 답변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제대로 된 국무위원이라면 야당과 반대자도 품을 줄 알아야 하는데, 품기는커녕 빈정거림이라니.

한 장관이 취임했을 때 그를 둘러싼 부정적 소문과는 달리 상당히 괜찮은 장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취임 초 수용자·소년원생을 대상으로 한 법무 행정을 홍보할 때 이들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한 장관은 그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노출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용자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 약탈적 취재와 프로그램 제작, 교정 당국의 과잉 취재편의 제공과 홍보 관행이 중단돼야 한다는 것인데, 인권과 약자 보호에 대한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지난 6월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났을 때 애꿎은 범죄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하라고 지시해 유족에게 장례비와 생활비 등이 시급히 지원된 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났을 때 밤에 비공개로 사건 현장을 찾은 일이나 현 경제 위기를 타 부처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법무부도 국민과 기업에 대해 유연한 법집행으로 난국을 빨리 타개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한 일도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한 장관이 지금부터라도 야당과 싸우지 말고 자기 할 일 묵묵히 해내면 일 잘한 장관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싸움닭 이미지만 넘치니 모범적 행정들이 전혀 빛을 못 보고 있다. 한 장관이야 야당 탓을 하고 싶겠지만 다수 국민에게는 잘잘못의 정도가 도긴개긴으로 비칠 따름이다.

미국의 미셸 오바마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로 공격할 때마다 한 말이 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싸구려처럼 굴더라도, 우린 품격 있게 대응한다는 말이다. 지금 한 장관이 가장 새겨들을 말인 듯하다.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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