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연금·교육·노동개혁 안 하겠다는 건가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연금·교육·노동개혁 안 하겠다는 건가

입력 2022-10-18 04:20

3대 구조개혁 깃발 올렸으나
정부 움직임 도통 미덥지 않아

연금개혁은 국회에 떠넘기고
정부안도 내년 10월에나 제출
교육 노동은 MB표 경쟁, 극우
성향의 수장 인선부터 문제

공감 못하는 인물 내세워서는
사회적 대타협 불가능… 개혁
시늉 아닌 진짜 개혁 하려면
대통령 인식과 용인술 바꿔야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필연적으로 추진하는 게 사회 경제 각 부문의 구조개혁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을 막아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틀이 된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사안이다. 복합 위기 시대를 맞은 윤석열정부도 험난한 구조개혁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3대 개혁 과제로 꼽은 게 연금, 교육, 노동개혁이다. 세대·직역·계층 간 이해당사자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정부 혼자서는 추진하기 어렵고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해야 하는 난제에 속한다.

이런 숙제를 풀고자 윤정부가 개혁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나선 정부의 움직임이 도통 미덥지 않다. 우선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은 출발부터 어정쩡한 모습이다. 정부가 마땅히 제시해야 할 연금개혁의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의 주체의 주도권도 아예 국회로 넘겼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가동을 공약했지만 지난 7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으로 대체했다. 지금 특위는 국회 국정감사로 개점 휴업 상태다. 게다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연금개혁 정부안을 내년 10월에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표 계산에 몰두할 정치권이 개혁안을 처리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역대 정부에서 폭탄 돌리기처럼 차기 정부에 떠넘긴 게 연금개혁이다. 사회적 저항이 큰 만큼 집권 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텐테 윤정부 역시 국회 핑계만 대고 팔짱을 끼고 있을 심산이 아닌지 모르겠다.

교육 부문은 수장 인선의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MB)정부에서 ‘MB표 교육’을 주도한 이주호 전 장관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니 MB표 교육 시즌2가 연출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는 자율과 경쟁이 기조인데 한마디로 하자면 ‘줄 세우기’다. 일부 찬반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자율형사립고 확대, 학업성취도평가 전면 실시 등 경제 논리에 따른 경쟁 체제를 도입해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더 받는 이유다. 그의 재등장에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육계의 우려가 크다. 자율과 자유를 강조한 최근 발언에 비춰 그의 시장주의 교육관은 그대로인 듯하다. 지금은 무한경쟁이 아닌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격차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다. 구시대의 교육이 아닌 미래의 교육을 말해야 한다.

이 후보자와 함께 백년대계 국가교육을 책임질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장관급)에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임명됐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박근혜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곳이다. 중립적 위치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과 여야가 추천한 위원 다수가 정파성이 강해 이념 대결로 흐를 소지 또한 농후하다. ‘이주호-이배용 투톱’ 체제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기 진영에 머물러 있는 윤 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준다.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혁을 이끌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임명된 건 더욱 뜻밖이다. 그는 색깔론과 노조 혐오 등의 극우적 발언으로 이미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노동계가 불신하는 인물이다. 지난주 국감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지칭하다 퇴장당했음에도 독단적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분”이라는 말로 옹호하는 윤 대통령을 보면, 현 정권이 노사 대타협에 뜻이 별로 없음을 드러냈다고 하겠다. 이러니 대통령의 진정성이 느껴질 리가 없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과 같은 개혁을 추진하려면 적재적소에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최적임자를 등용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게 개혁인데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발탁했으니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혁의 시늉이 아니라 진짜 개혁을 하려면 대통령의 인식과 용인술부터 달라져야 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