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 카카오스러움이 뭔가요?

국민일보

[한승주 칼럼] 카카오스러움이 뭔가요?

입력 2022-10-19 04:20

카카오 먹통 사태로 알게 된 초연결사회 위험·IT강국 허상
수천억 벌면서 서버 분산 소홀
데이터센터 국가가 관리하고 독과점 플랫폼 기업 규제해야
역할 커진 만큼 공적 책임 마땅
도전·혁신으로 출발한 카카오 지금은 거대 공룡 기업 이미지
초심에서 카카오스러움 찾길

이례적인 안전 안내 문자, 코로나가 아니다. 카카오 복구 상황이다. 이틀 연속 수신된 알람을 보며 새삼 카카오의 위력을 실감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메신저, 특정 기업의 독점, 초연결 사회의 위험, IT 강국의 허상 같은 말이 떠오른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일상의 불편 수준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을 멈추게 하고 유사시 국가 안보에도 직결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됐다.

지난 주말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했고, 계좌에 잔고는 있으되 결제도 송금도 할 수 없었다. 복잡한 거리에서 택시를 부르지 못했고 돈을 내고도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사회가 일단 멈춤 상태에 들어간 건 카카오의 욕심 때문이었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고, 이를 복구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화재는 날 수 있다. 다만 비상시 다른 곳의 서버를 이용할 수 있는 이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카카오는 오래전부터 이원화를 위한 서버 분산 작업을 해왔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들어 못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국민은 경악했다. 그동안 수천억 원대의 돈을 벌면서도 정작 데이터 작업의 기본 중 기본인 데이터 백업 이중화 조치를 하지 않았다니 분통 터질 노릇이다. 불이 난 같은 곳에 데이터센터가 있었으나 이중화 조치가 된 네이버가 당일 조속히 복구를 한 것과는 대조된다. 카카오는 막대한 돈을 들여서라도 시스템을 강화했어야 했다. 우리 일상 거의 모든 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면서 그 지위를 누리기만 하고 책임은 소홀했다. 규모에 비해 대비가 허술하고 안일했다. 응당 가졌어야 할 공적 책임의식이 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카카오그룹의 시작은 2010년 3월 출시된 무료 문자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인 47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간편결제·은행·택시·웹툰·지도·내비게이션 등으로 서비스를 키워 계열사 138개를 거느린 초대형 공룡 기업이 됐다. 지난해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은 후 계열사를 대폭 줄이기로 했으나 1년 동안 겨우 10개밖에 정리하지 않았다. 실망스럽다. 한때 증시 호황으로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120조원에 달했으나 이후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으로 카카오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 올 들어 메시지 전송 장애 등이 잇따랐지만 안이하게 대응해오다 결국 초대형 사고를 자초했다. 지난 17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2조원이 증발했다.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2018년 KT 아현 지사 화재 사고를 계기로 2020년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업의 반발에 무산된 것이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정부는 카카오에 각종 정보 제공 등 대국민 행정서비스를 위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망이나 다름없다”면서 자율 규제에서 제도적 대응 변화를 시사한 것도 이런 이유다. 플랫폼 독과점 규제도 필요하다. 시장 구조를 경쟁 친화적으로 바꾸고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완화하는 제도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KT나 SKT 등 기간통신 사업자와 달리 카카오는 부가통신 사업자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데이터 관리의 책임이 크지 않았다. 공적 역할이 커진 만큼 플랫폼 기업들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지만 기업의 자율에 맡기기에는 늦은 듯하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카카오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카카오는 홈페이지에서 ‘카카오스럽나요?’라며 개선보다는 혁신의 길을 가고, 익숙한 것을 새롭고 가치 있게 만드는 카카오의 문화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이 느끼는 카카오는 도전과 혁신의 이미지가 아니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해치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기본과 상식을 안 지키는 거대 공룡 기업이다. 게다가 카카오 대란에 주무장관이 사과하고 국회의원들은 현장을 찾는데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보이지 않는다. 뒤에 숨어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은 ‘스스로 몰입하고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카카오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카카오가 초심으로 돌아가 ‘카카오스러움’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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