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민심과 당심, 당 대표가 되려면

국민일보

[여의춘추] 민심과 당심, 당 대표가 되려면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2-10-21 04:02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심과 민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1~2월, 혹은 3~4월로 예상되는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누가 유리한가를 따져보는 논쟁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이 우세한데, 국민의힘 지지층만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민심(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선 사람이 대표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당심(국민의힘 당원)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대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붙어 있다.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대표를 선출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정답은 없다. 어떤 때는 당심이, 어떤 때는 민심이 결과를 좌우했다. 지난해 6월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에 선출됐다. 당원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3.5% 포인트 뒤졌는데, 여론조사에서 두 배 차이로 이겼다. 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5개월 뒤 치러진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당심이 승패를 갈랐다. 대선 후보 경선은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다. 윤석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후보에게 졌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앞섰다(당원 투표 윤 57.8% 홍 34.8%, 여론조사 윤 37.9% 홍 48.2%). 합산하니 윤 후보가 47.9%로 홍 후보(41.5%)를 눌렀다. 당심과 민심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후보군은 자천타천으로 10여명에 달한다. 권성동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윤상현 조경태 황교안 등이다. 권영세·원희룡 장관도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은 크게 세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진영을 나누는 기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태도다. 첫 번째 진영은 친윤계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는 진영이다. 당권파라고도 할 수 있다. 권성동 김기현 나경원 권영세 원희룡 등이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대통령께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의 노선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말이다. 윤석열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찬성하며, 더불어민주당과의 전면전에 앞장서는 진영이다. 두 번째 진영은 전면 쇄신파다.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윤핵관이 우리 당을 망쳐놨다”고 말했고(17일 언론 인터뷰),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7일 페이스북).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진영은 중도파다. 안철수 의원이 대표 주자다.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를 지지하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는다. 대신 중도확장성을 말한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 총선 승리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며 “나는 중도확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친윤 후보, 유승민, 안철수의 3자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르게 표현하면 윤석열정부가 이대로 계속 가느냐, 전면적으로 쇄신할 것이냐, 중도확장이냐의 노선 대결이다. 민심의 방향은 명확하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민심이 냉정하고 객관적이라면 당심은 복잡하고 주관적이다. 일반 국민과 달리 국민의힘 당원들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기대한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8%에 불과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만 따지면 긍정 평가가 68%에 달했다.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68%가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반영된 수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윤 대통령의 성공도 바라는 이중적인 상태가 당심의 좌표다.

민심과 당심을 얻기 위해서는 윤석열정부의 변화와 성공이라는 이중적인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친윤계 후보들이 윤석열정부의 변화를 말하지 않는다면 민심은 물론 당심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성공을 말하지 않는다면 ‘늙은 이준석’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안 의원이 중도확장의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계속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자중지란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될지, 다른 자중지란의 장이 될지는 후보들의 변화에 달려 있다.

남도영 논설위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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