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조사하라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조사하라

입력 2022-11-10 04:20

이태원 참사 예측 못하고
초동대처 실패한 경찰 책임
엄중 추궁은 당연하다

경찰 소방 지휘하며
재난안전관리 총괄하는
이 장관도 감독 책임 물어야

재난안전통신망 먹통 등
재난대응체계 오작동 설명해야

이태원 참사 이후 진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가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사받아야 한다.

정부 차원의 재난원인조사단이 별도로 구성되지 않는다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1차적으로 수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진상조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 참사가 빚어진 원인과 배경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도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난 안전 정책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이 장관은 재난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실패한 참사 예방, 부실한 초동 대처, 고장난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경찰 수뇌부에 대한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만으로는 국가의 재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태원 참사 규명은 사전 예방의 실패와 초동 대처의 부실 두 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사전 예방과 초동 대처의 비중을 8대 2로 나눠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을 정도로 사전 예방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경찰 수사는 초동 대처 실패 규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수본이 이례적으로 치안 총수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은 참사 초기 난맥상을 보인 경찰 지휘 체계의 문제점을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찰의 미숙한 대응에만 책임을 돌리고 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구조적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올바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물론 초동 대처를 제대로 못한 경찰은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수뇌부와 일선 지휘관들은 공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라도 문책해야 한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당일 심정지에 빠진 시민들이 이미 수십 명에 달했던 오후 11시32분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의 연락을 받고도 ‘상황 파악 중’이라고 대답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찰 출동을 요청하는 소방무전이 쏟아지기 시작한 지 1시간이 더 지난 시점이었다. 사전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이태원 에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 잘못도 크다. 참사 발생 사흘 전에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위험 분석’ 보고서는 왜 묵살됐는지 밝혀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잘못을 경찰에만 미룰 수는 없다. 이 장관도 부실한 초동 대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난안전법은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은 행안부 장관에게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재난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작성, 운영실태를 점검해야 할 책임이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재난 대비 훈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재난 관리 책임 기관에 이를 통보할 의무도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행안부 장관의 안전조치 명령을 거부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장관은 재난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산하에 중앙재난안전본부와 경찰청, 소방청을 두고 있다. 이들 기관이 참사 초기 유기적 협조 체제를 갖추는 데 실패했다면 이 장관이 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 타 부처와 기관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감독하고 위기 관리 매뉴얼의 실태를 점검하기 전에 행안부 내 위기 대응 시스템부터 점검했어야 했다. 더구나 행안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은 참사 당일 먹통이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 소방, 군, 지자체, 의료기관 등 재난 관련 핵심 기관 333곳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다. 그날 재난안전통신망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인명구조가 좀 더 원활했을 것이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과 관리 책임은 행안부에 있다.

이 장관은 9일 범정부 재난 안전 관리 체계 개편 TF 구성을 발표하면서 국가 재난 안전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재난 안전 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경찰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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