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의 보은, 사실은 포식”… 우리도 ‘고양이 통금’ 도입? [이슈&탐사]

국민일보

“냥이의 보은, 사실은 포식”… 우리도 ‘고양이 통금’ 도입? [이슈&탐사]

[두 얼굴의 고양이] ③보은? 그것도 포식입니다

입력 2022-11-17 00:03 수정 2022-11-17 00:03
지난 9월 21일 고양이에게 물린 채 발견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들어온 검은지빠귀가 수술대에 누워있다. 이 검은지빠귀는 부상이 심해 결국 안락사됐다. 권현구 기자
웬만한 성인 여성의 주먹보다 작은 새 두 마리가 관악구청 직원 손에 들린 조그마한 종이상자에 담겨 들어왔다. 검은지빠귀와 청딱따구리였다. 누가 붙들고 있는 것도 아닌데 두 마리 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작게 들썩거리는 몸통을 보고서야 숨이 붙어 있다는 걸 알았다. 먼저 검은지빠귀의 상태를 살펴본 하민종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수의사는 “고양이가 문 것 같다”고 했다. 검은지빠귀는 왼쪽 날개 안쪽을 물려서 다친 채 발견돼 센터로 왔다. 상처엔 아직 굳지 않은 피가 배어 있었다.

엑스레이 촬영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상처가 컸다. 48g에 불과한 작은 몸에 가로 3㎝, 세로 1.5㎝가량의 사타구니 피부가 타원형으로 찢겨나가 분홍빛 근육이 드러난 상태였다. 이 상처는 검은지빠귀 하복부의 40%를 차지한다고 수의사는 설명했다. 피부 봉합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왼쪽 다리 정강뼈는 이미 완전히 부러져 있었다. 결국 안락사가 결정됐다. 이 상태로는 수술하더라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고양이의 습격

지난 9월 21일,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한 까치의 상태를 살펴보던 중 집비둘기 한 마리가 구조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들어왔다. 이 집비둘기는 고양이에게 등과 날개 쪽을 물려 털이 빠지고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권현구 기자

지난 9월 21일 찾은 서울 관악구 서울시야생동물센터는 매우 분주했다. 20~30분에 한 번씩 구조된 새가 서울대 수의대부속동물병원에 마련된 센터로 실려 왔다. 평소 이렇게 구조돼 오는 동물의 70~80%가 새다. 보통은 새들이 주로 알을 낳는 늦봄부터 여름 사이에 구조 동물이 몰리고 9월엔 그 수가 줄어드는데 이날은 오후 3시쯤까지 10마리 넘는 새가 들어왔다. 취재팀이 센터에 머문 1시간 반 동안 고양이에게 공격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만 3마리가 확인됐다.

그중 한 마리였던 박새는 오른쪽 날개 아래 깃털이 다 뽑혀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아예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신경에 문제가 생겼는지 오른쪽 다리를 아무리 꼬집어도 반응이 없었다. 고양이가 발로 척추를 세게 때렸거나 유리창에 충돌 후 떨어진 박새를 공격한 것으로 추측됐다.

지난 9월 21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들어온 박새. 이 박새는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한 충격으로 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사진은 수의사가 박새 다리의 감각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권현구 기자

센터에서 회복 중인 새 중에는 고양이의 공격으로 날개와 다리가 부러진 집비둘기와 외상성 백내장이 생긴 까치도 있었다. 하 수의사는 “고양이에게 공격당한 새들은 주로 깃털이 다 뽑혀 있고 물린 이빨 자국이 남아 있다”며 “고양이 교상(물려서 난 상처)은 거의 매일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양이가 작은 야생동물을 공격하는 일은 도서지역만이 아니라 도심 일상공간에서도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2019~2021년 센터로 옮겨진 야생동물의 구조 원인은 상당수가 ‘미아’(부모와 분리된 새끼)와 인공구조물과의 ‘충돌’이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교상이 줄곧 3위(기타 제외)였다. 그러니까 외부 요인으로는 교상이 가장 많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교상이 147마리로 질병(105마리)보다 많았고 ‘로드킬’로 불리는 차량 충돌(51마리)의 3배에 달했다.


2019년부터 지난 9일까지 ‘포식자 공격’으로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구조돼온 야생동물은 496마리였다. 도심 속 작은 동물 사이에선 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90% 이상이 고양이에게 공격당했으리라는 게 하 수의사의 설명이다. 공격받은 동물은 95% 이상이 조류였지만 족제비, 청설모 같은 포유류와 파충류인 자라도 포함돼 있었다. 이 명단엔 멸종위기종이 4마리, 천연기념물은 15마리가 올라 있었다. 서울 도심에도 남산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암사생태공원 등이 있어 황조롱이, 솔부엉이 같은 천연기념물뿐 아니라 새호리기, 청머리오리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

부산은 2018년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포식자에게 습격당해 사하구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온 야생동물의 포유류 비율이 30%(57마리)로 서울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 기간 센터로 옮겨진 전체 부상 동물 190마리 중 공격 주체가 명확히 고양이로 확인된 사례는 10건이었지만 실제로는 더 많으리라는 게 센터 측 견해다. 김용우 센터 수의사는 “공격동물 미확인 개체가 160마리인데 확인 개체의 (공격동물) 비율을 고려하면 50~60마리가 고양이에게 공격받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나는 사실 포식자야

현재 우리는 많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182만 가구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28.5%로 셋 중 한 가구꼴이다. 반려묘는 258만 마리다. 전국 곳곳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도 약 100만 마리로 추산된다.

지난달 2일 전남 신안군 홍도의 선착장에 한 고양이가 누워있다. 홍도=이한형 기자
고양이는 생활방식에 따라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이 집 안에서만 기르는 고양이, 주인이 있지만 집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고양이, 주인은 없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에 가까이 살며 먹이를 제공받는 고양이,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야생에서 사는 고양이다. 첫 번째 부류를 제외하고는 모든 고양이가 야생동물을 사냥한다. 먹기 위해 잡기도 하지만 먹지 않더라도 덮치는 게 고양이의 습성이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고양이의 포식 습성을 심심찮게 마주치고 있다. “우리 집 고양이가 문 앞에 참새를 물어다놨어요.” “몇 번 밥 챙겨준 길냥이인데 쥐를 물어와선 놓고 갔네요.” 한 번쯤 겪었거나 들어본 이 상황은 애묘인 사이에서 ‘고양이의 보은’으로 불린다. 고양이가 나를 가족으로 여긴다고 해석할 수 있는 흐뭇한 단서지만 달리 보면 생태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고양이 포식의 증거이기도 하다.

2012년 미국 조지아대와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외출냥이’(집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는 애완고양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고양이는 자신이 죽인 먹이의 23%만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르게 말하면 외출냥이는 집에 물어오는 야생동물의 4배를 밖에서 사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에 사는 한 고양이가 죽은 새의 사체를 물고 가고 있다. 홍도=이한형 기자
하 수의사는 “생태계에서 어느 한 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곧 전체 생태계가 무너져버리기 쉽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큰 의미에서 보면 고양이는 원래 한반도 고유종이 아니에요. 고양이가 고유종을 잡아먹으면 개체수가 점점 줄다가 하나가 없어지고, 생태계에 ‘연쇄효과’가 일어나면서 다른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바뀐 생태계가 정착되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파동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게 문제죠.”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길러온 나라들은 이미 ‘고양이 포식’의 문제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진행한 연구를 보면 고양이가 매년 수억 마리의 야생동물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미국에선 고양이가 연간 13억~40억 마리의 새와 63억~223억 마리의 포유동물을 죽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호주는 애완고양이 370만 마리가 매년 약 230만 마리의 토종 동물과 약 1억5000만 마리의 비토종 동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이로 인해 사라지는 야생동물 규모는 실제로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야생고양이는 먹이를 얻기 위해서도 사냥하기 때문에 외출냥이나 길고양이보다 더 많은 야생동물을 잡는다. 다만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야생고양이보다 외출냥이가 더 크다는 게 여러 연구의 공통 결론이었다. 보통 자신이 사는 집에서 100m 이내의 생활반경을 갖는 고양이의 특성상 좁은 영역에서 밀도 높은 사냥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2020년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주택가 애완고양이가 야생고양이보다 ㎢당 50배 더 많은 동물을 죽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양이 선진국은 지금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묘 가구가 많은 나라에선 애완고양이 통금(통행금지) 조치까지 등장했다. 아이슬란드와 호주가 대표적이다. 아이슬란드 아퀴레이리 시의회는 내년 초부터 고양이의 야간(밤 12시~오전 7시) 배회를 금지하기로 했다. 아퀴레이리는 인구 1만9000명인 지역에 고양이 2000~3000마리가 살 정도로 고양이 친화적 도시다. 그럼에도 고양이가 야생조류를 포식하고 배변 및 소음으로 민가에 피해를 주는 문제 때문에 통금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호주 바스 코스트 셔도 내년 7월부터 고양이의 거리 배회를 연중무휴 24시간 금지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필립섬의 펭귄 등 지역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독일 발도르프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애완고양이의 통행을 금지했다. 벼룩종달새가 독일에서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발도르프 주민은 고양이를 1.83m(6피트) 이하의 끈으로 묶어야만 외출할 수 있었다.


고양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호주에선 길고양이 살처분 조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길고양이가 토종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길고양이 200만 마리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의 일부 지역에선 고양이 모피를 가져오면 마리당 10호주달러(약 8800원)가량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통금부터 살처분 조치까지 꺼내들 만큼 고양이 포식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드문드문 시행하고 있지만 전체 길고양이 개체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TNR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길고양이 100만 마리’라는 수치는 동물단체 추정치일 뿐 정확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반려묘 인구가 빠르게 늘어가는 만큼 서둘러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의사는 “우리가 10~20년 정도 뒤처졌지만 수의학 분야가 호주 영국 미국 같은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다”며 “(손놓고 있다가 고양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져서) 호주처럼 비인도적 방법까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그전에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심에서 고양이와 살아가기
지난달 2일 전남 신안군 홍도의 한 식당에 방문한 손님이 식당에 들어온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홍도=이한형 기자
대책 마련과 더불어 고양이를 바라보는 인식과 양육 방식에 대한 생각의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도심에서 인간이나 다른 야생동물과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길고양이 TNR과 입양, 그리고 ‘실내고양이로 기르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애완고양이를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는 외출냥이로 기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주제다. 하지만 이 논쟁에 대해선 ‘외출냥이로 기를 필요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 듯하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반려동물로 키운다면 집 내부가 자신의 영역이 되고, 이 안에 장난감과 충분한 물과 먹이, 은신처, 캣타워 등이 갖춰져 있다면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행동권이 좁은 고양이에게는 외출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고양이를 감염이나 교통사고 같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덧붙였다. 사냥 본능도 장난감 놀이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중성화한 길고양이 및 새끼고양이의 입양과 책임 있는 양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조윤주 서정대 동물보건과 교수는 “길고양이는 원래 품종상 집고양이”라며 “(과거엔) 마당이나 곳간에서 함께 지내던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현재는 이들이 도심과 야생으로 퍼져나가면서 공존을 고민하게 된 것”이라며 “최대한 한 다시 우리 곁에서 살며 반려고양이로서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슈&탐사팀 강창욱 이동환 정진영 박장군 기자 young@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