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반년 안 돼 관둬요” 극성 민원에 표류하는 냥이 정책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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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반년 안 돼 관둬요” 극성 민원에 표류하는 냥이 정책 [이슈&탐사]

[두 얼굴의 고양이] ⑤·끝 ‘캣맘’ 눈치에 손놓은 정부

입력 2022-11-19 00:02 수정 2022-11-19 00:02
고양이 두 마리가 지난달 3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 마을 뒷편 산책로 주변에 자리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홍도=이한형 기자

“마라도나 외연도 같은 섬에서 철새를 공격하는 고양이 모습을 자주 봐요. 그런데 고양이에 의한 피해가 섬이나 조류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고양이 접근이 더 쉬운) 내륙 국립공원은 더 심각해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 같은 소형 포유류 피해도 상당하죠. 제도적 조치를 강구해야 해요.”

2006년부터 국내에서 조류를 관찰해온 탐조 유튜버 김어진(26)씨가 고양이로 인한 생태 파괴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이후 7년간 상황이 더 나빠졌지만 정부 대책은 극성 민원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문제의식부터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부처별로 역할이 쪼개져 있어 통합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리나라에서 주인 없는 고양이는 길고양이로도, 들고양이로도 불린다. 호칭에 따라 담당 부처가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주택가에서 자연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로 정의한다. 여기엔 인간과 살아가다 유기·유실된 (반려)동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성화(TNR) 사업을 하는 것도 개체수가 늘어날 경우 소음 등으로 인한 인간 피해가 늘어 ‘더불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길고양이가 도심을 벗어나 산이나 들 같은 곳으로 옮겨가면 법적 명칭이 ‘들고양이’로 바뀐다. 환경부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법에 따라 ‘생태계 교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야생화된 반려동물’로 들고양이를 지정했다. 인간을 떠나 야생화했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안락사나 TNR, 연구목적 활용을 통해 개체수 조절을 하는데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던 탓에 2017년 이후로는 TNR만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전남 목포 도야동물병원에서 강동호 수의사가 수술대 위에 눕힌 수컷 고양이를 중성화하고 있다. 수술은 10분 정도 걸렸다. 목포=이한형 기자

개체수 통제가 더 활발한 쪽은 길고양이다. 농림부 길고양이 TNR 실적은 2014년 2399건에서 올해(10월까지) 4만8052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다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TNR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군집별로 70% 이상 중성화하고 매년 15%씩 꾸준히 중성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 수준은 여기에 턱없이 못 미친다. 농림부 TNR은 길고양이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이뤄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까지 받는다.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고양이는 임신 기간이 60일로 짧고 영역 범위가 다양해 개체수를 집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사업이 실제로 고양이 수를 줄이고 있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 불편만 해소되면 법이 정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의지’의 문제

길고양이 TNR은 시·군·구 같은 기초자치단체 몫이다. 이들이 TNR 수요를 파악하면 농림부가 국비를 일부 대준다. 이렇다보니 애묘인구가 많은 도심에선 민원이 몰려 수요가 많지만 생태적 보호가 더 필요한 지방은 민원이 적어 TNR에 소홀할 여지가 많다. 신안군이 홍도에서 한 번도 TNR을 하지 않은 이유다.


서울시는 TNR을 적극적으로 해온 편이다. 2013년부터 자체 예산을 편성하고 전체 길고양이 수 파악에 나섰다. 활동 반경을 고려해 타깃 지역 18곳을 선정한 뒤 2년마다 5차례씩 현장조사를 했다. 배진선 서울시 동물보건팀장은 “고양이가 몇 마리인지부터 알아야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처음엔 조사에 오류가 많았지만 지난해 자문을 받은 결과 저희 방식이 적어도 도심에선 중성화에 효과를 발휘하는 걸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5년 최대 20만3615마리로 추산됐던 서울의 길고양이 수는 2021년 최대 9만889마리로 줄었다. 중성화율은 2015년 10.5%에서 2021년 49%로 높아졌다. 배 팀장은 “5년 안에 중성화율을 70%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기력한 환경부

노력하는 지방이라도 고양이 수를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시내 길고양이만 중성화 대상으로 삼는다. TNR을 하지 않는 산지나 인근 지자체 경계지역을 통해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가 언제든 넘어올 수 있다.

생태 보호 의무가 있는 환경부는 전국에 들고양이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수만 파악하는데 올해는 9월까지 21개 공원에서 파악한 들고양이가 187마리뿐이다. 경주, 계룡산, 속리산 등 절반 이상인 11개 국립공원에선 아예 개체수 식별이 안 됐다. TNR 건수도 83건에 불과하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고양이가) 야생에 있고 새끼도 낳다 보니 사실상 파악을 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담당 사무관은 “철새 도래지 등 보호 필요성이 있는 지역에선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9년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에 ‘새 보호 목도리’를 씌우는 정책을 내놨다. 작은 야생동물들이 고양이를 잘 알아볼 수 있게 해 사냥 성공률을 낮추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명 ‘캣맘’들의 민원이 빗발쳐 추진조차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목도리를 채우면 고양이에 대한 나쁜 인식이 굳어진다는 민원이 상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민원이 무서워

정부와 지자체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데에는 극성 민원도 한몫하고 있다. 고양이 수를 통제하는 정책이나 관련 연구가 등장하면 일부 애묘인이 집단적으로 항의하는 통에 입에 올리기부터 두렵다는 말이 나온다.

철새 한 마리가 2020년 5월 충남 보령 외연도의 들판에서 고양이에 사냥당한 직후 고양이 입 안에서 고통스럽게 지저귀고 있다. 유튜브 새덕후 채널 캡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고양이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하다 6개월도 안 돼 모두 그만뒀다”고 전했다. 한 연구자도 “고양이 개체수 연구를 함께 하자는 지자체 제안을 거절했다”며 “만약 했다면 제 홈페이지가 다운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산국립공원에서는 이곳 직원이 고양이에 먹이를 주는 사람을 제지하다 폭행당하는 일도 있었다.

당국 실무자가 자주 바뀌어서 정책이 연속성을 갖기 어려운 데다 전문가들마저 발을 빼니 효과적 대응책에 대한 논의도 요원하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여론에 의해 분명한 과학적 데이터들이 묻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넘치는 고양이

적어도 생태적 가치가 높은 섬 등에서는 효과적인 고양이 수 조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섬에 있는 고양이 수를 정확히 조사한 뒤 꾸준히 TNR을 하고 외부 고양이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이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한 활동가가 지난달 4일 전남 목포 용당동의 목포고양이보호연합 내 케어실에서 구조된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목포=이한형 기자

섬 밖으로 입양시키는 것도 대안 중 하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버려지는 고양이가 너무 많다. 지난달 3일 찾은 전남 목포 용당동 목포고양이보호연합의 고양이 보호시설은 TNR을 위해 포획되거나 다친 뒤 구조된 고양이로 빽빽했다. 이 시설은 목포 시내 주택가의 허름한 건물 1층에 있었다. 이 단체가 4개 건물 약 300㎡(90평) 면적에 보호 중인 고양이만 116마리였다.

이 단체 대표이기도 한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들까지 다 돌보려고 노력 중이지만 상태가 심각한 고양이는 입양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실·유기된 고양이는 2016년 2만4607마리에서 2020년 3만2770마리까지 늘었다.

반려묘 등록제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난달 3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 해변가 기암괴석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홍도=이한형 기자

애묘인구 증가와 함께 고양이 유기도 늘면서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반려묘 등록을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과 호주 등이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어느 집 누구 고양이인지 등록하면 반려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고 보호자가 분명해지니 함부로 유기하기도 어려워진다.

반려견은 올해부터 등록을 의무화했지만 반려묘는 아직 아니다. 반려견도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섬일 때는 등록할 의무가 없다. 농림부 관계자는 “등록제는 유기·유실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거라 섬은 자체적 관리가 된다고 봐 배제됐다”며 “반려묘 등록 의무화는 거부감도 있어 일단 자율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독일은 유기묘 입양 시 36시간 동안 묘주로서 숙지해야 할 내용을 교육 받게 한다”며 “고양이 유기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등록 의무화와 더불어 묘주 교육도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이도 소중하지만

야생동물법은 정부가 야생생물 보호와 서식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버려지고 번식하는 고양이는 다른 야생생물과 서식환경에 위협적이지만 당국 대응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그 배경에는 부족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고양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여론까지 엇갈리다 보니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가 지난달 4일 전남 목포 용당동의 목포고양이보호연합 내 본쉼터에서 구조된 뒤 치료가 끝난 고양이 한 마리를 쓰다듬고 있다. 목포=이한형 기자

국가기관에 재직하는 한 조류 연구가는 “고양이는 야생동물 입장에선 포식자지만 반려동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여기서 오는 충돌 때문에 정책 입안과 추진이 일관성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유기 고양이를 입양한 ‘집사’이기도 한 탐조 유튜버 김씨는 “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지만 고양이로 인해 죽는 우리나라 토종 동물이 많다는 사실도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과학적·이성적으로 자연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강창욱 이동환 정진영 박장군 기자 huan@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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