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 주세요” 마약처럼 ADHD 치료제에 빠진 어른들

국민일보

“그 약 주세요” 마약처럼 ADHD 치료제에 빠진 어른들

성인 처방 5년간 5배 이상 급증세
각성 효과 비슷하고 구하기 쉬워
복용 지속땐 환청·망상 등 부작용

입력 2022-11-21 00:03 수정 2022-11-21 00:03
국민일보DB

예술 활동을 하는 30대 A씨는 몇년 전 지인의 권유로 처음 메틸페니데이트(페니드) 성분의 약을 접했다. 창작이 잘되지 않아 고민하던 A씨에게 지인이 “페니드를 하면 집중도 잘되고 창작도 더 잘된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A씨는 호기심에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A씨가 복용한 약은 의료용 마약류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처방이 있어야 구할 수 있다.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대표적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A씨 주변에서처럼 유사 마약과 마찬가지로 오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해당 성분의 ADHD 치료제는 만 6세 이상이면서 의학적 진단기준에 따라 ADHD로 진단받은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A씨는 ADHD 환자가 아니었지만 약을 구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병원을 찾아가 ADHD 증상을 호소하며 치료제를 처방받거나, 지인들끼리 갖고 있던 약을 서로 나눠 복용하는 방식으로 쉽게 구했다. 복용 방식도 환자들과 달랐다. A씨는 알약 형태의 약을 삼키는 방식이 아니라, 빻아서 가루로 만든 뒤 코로 흡입했다. 약 성분을 더 빨리, 자극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수년간 약을 복용한 A씨는 어느 순간부터 환청과 망상을 겪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부작용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중독치료시설을 방문했다.

20대 B씨도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를 마약 대체재로 사용했다. 이미 다른 마약인 펜타닐에 중독돼 있던 B씨는 마약을 끊으려는 과정에서 금단현상을 겪었다. 금단현상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ADHD 치료제를 대신 복용하다가 결국 의료용 약물에 ‘대체중독’ 됐다.

실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를 처방받는 성인은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품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20~39세는 2017년 5000명에서 올해 6월까지 2만8000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올해 하반기 집계가 더해지지 않았음에도 2020년(1만9000명)과 비교할 때 50%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ADHD 진단 환자 수 자체가 증가하는 영향도 있지만 마약 대체 수요 역시 적잖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20일 “수치를 보면 치료제를 마약 대체재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치료제는 각성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며 “단순히 치료를 위해 약물을 처방받는 게 아니라, 그 약물만 고집한다면 (마약) 대체재로 사용하는 거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마약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종은 카프성모병원 원장은 “치료제 남용으로 시작해 결국 뇌 흥분제 계통의 마약, 필로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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