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1990 마라도나와 2022 메시

국민일보

[한마당] 1990 마라도나와 2022 메시

고세욱 논설위원

입력 2022-11-24 04:10

1990 이탈리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32년의 시차만큼이나 두 대회는 축구 기술이나 저변 등에서 비교 불가다. 그런데 두 대회 우승 후보 1순위 아르헨티나가 처한 상황이 너무 흡사하다. 지난 22일 월드컵 C조 1차전에서 축구 랭킹 세계 3위 아르헨티나는 5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 2 역전패를 당했다. 일찌감치 대회 최고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 최고 스타 리오넬 메시의 황망한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32년 전으로 가보자. 아르헨티나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건재로 월드컵 2연패를 자신했다. 당시 국내 한 스포츠지는 아르헨티나를 우승 후보로 꼽으며 헤드라인에 ‘마라도나가 있다’고 뽑았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그에게 제2의 홈그라운드였다. 마라도나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며 리그 2차례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컵 1차례 우승을 거두는 등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개막전 상대는 월드컵에 첫 출전한 카메룬이었다. 모두들 마라도나의 드리블이 얼마나 카메룬 수비를 유린할지에 초점을 맞췄는데 결과는 0대 1 충격패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 골차 패배, 현존 최고 스타 보유에도 최약체 수준 팀에 이변의 희생양이 된 점. 평행이론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이러자 90 월드컵에서의 아르헨티나 결과가 새삼 눈길을 끈다. 아르헨티나는 카메룬전 이후 1승1무를 거두며 3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6개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당시 룰 덕분이다. 하지만 16강부터 브라질, 유고슬라비아, 이탈리아를 차례로 누르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아르헨티나와 마라도나는 초반 시련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메시에게도 기회가 있다. 마라도나처럼 홀로 팀을 끌고 올라갈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마라도나는 94 미국월드컵까지 뛴 반면 우승컵이 없는 메시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점이다. 메시의 간절함이 마라도나와 같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평행이론 그 이상(우승)을 기대하는 많은 축구팬은 다시 메시의 발끝을 주시하고 있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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