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슛돌이들에게 복음을…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선교하다

국민일보

과테말라 슛돌이들에게 복음을…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선교하다

[서윤경 기자의 선교, 잇다] 홍속렬 과테말라 선교사

입력 2022-11-29 03:06 수정 2022-11-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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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홍속렬(가운데) 선교사가 선교지인 과테말라 시우닷 쁘라또에서 현지 아이들과 함께 축구 연습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홍속렬 선교사 제공

과테말라는 ‘안티구아’ 커피로 유명하다. 화산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로 탄 향이 매력적이다. 그런 과테말라에서 믹스 커피를 마시고 된장찌개를 먹으며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선교사가 있다.

남들 은퇴할 때 선교에 나선 홍속렬(78) 선교사다. 지난달 그는 과테말라 시골 마을에 작은 축구장을 짓기 위해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국을 찾았다. 홍 선교사는 “6·25 전쟁 때 가족과 강원도 피란민 수용소에 머물렀는데 침례교회에서 세운 학교가 있었고 그 곳에서 주님을 영접했다. 열한살 때”라며 “거기서 축구도 만났다”고 설명했다.

열여덟살 소년병으로 입대한 군에서 축구했고, 66년과 68년 두 차례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와선 사단의 축구 선수로 뛰었다. 77년 육군대표팀 감독이 됐을 때 아내는 그에게 선교 비전을 품게 했다. 아내는 “무명 선수가 감독이 된 건 축구로 선교하라는 뜻”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감독이 선수들과 성경 공부하며 예배하니 항의와 지적도 있었다. 홍 선교사는 “정신교육에 필요하다고 설득했는데, 팀 성적이 좋으니 군도 수용했다”며 “국가대표였던 이영무 등 믿음 있는 선수들은 힘이 됐고 믿지 않는 선수들은 제대할 때 믿음을 갖게 됐다. 그들은 할렐루야 구단을 만들었고 24명은 목사가 됐다”고 전했다.

축구인이던 그가 선교의 길을 본격 걷게 된 건 2008년부터 스포츠부장으로 있던 글로벌선진학교에서다. 남진석 이사장이 그에게 중남미 선교 비전을 이야기했고, 2016년 학교 파송을 받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서 2년간 머물렀다. 그러다 언어를 배우려고 간 과테말라에서 배형근(높은뜻우리교회) 목사를 만났다. 당시 배 목사는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의 과테말라한인교회 부목사였다.

2019년 높은뜻우리교회를 개척한 배 목사는 한인교회에서 무보수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던 홍 선교사를 떠올렸다. 남 이사장의 선교비전이 어우러지며 홍 선교사는 같은 해 글로벌학교 파송선교사로 과테말라에 왔다.

선교지는 수도에서 1시간 떨어진 시우닷 쁘라또였다. 이미 교회가 미국 애틀란타 선한사마리아장로교회와 함께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은 상태였고, 홍 선교사가 합류하면서 건물은 한미학교가 됐다. 우범지역에 교육열도 낮은 곳이었지만, 학생들이 채워졌다. 수업료로 유니폼 가격만 받으면서도 영어 한국어 음악 코딩 등 수업 내용이 알차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다. 공개 채용한 교사, 엄격한 학칙까지 더해져 입학 경쟁률이 치열한 ‘우수’ 학교가 됐다. 과테말라 정부도 중학교 학력을 인정했다.

홍 선교사가 지방대회에서 우승한 축구팀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축구팀은 지난달 홍 감독이 없는 사이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홍속렬 선교사 제공

학생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무엇보다 홍 선교사에게 축구 수업은 복음을 전하는 시간이다. “훈련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내요. 휴대폰 번역기로 간단히 메시지도 전하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기도하고 학부모들도 믿음을 접하게 됐어요.”

지난 9월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에서 교회 개척예배도 드렸다. 높은뜻교회도 선교에 함께 했다. 성도들은 밑반찬을 챙겨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홍 선교사를 수시로 찾아 교제했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있다. 선교비는 아이들 양육비로 지출하며, 생활비는 자비로 감당하지만 연금과 아파트 등 전 재산을 축구에 쏟아 부어 남은 게 없다. 그럼에도 꿈이 있다. 축구 실력에 믿음까지 좋은 아이들을 과테말라 지도자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학교 옆에 작은 축구장을 만들고, 축구학교를 세우려는 이유다.

“과테말라 뿐 아니라 중남미 아이들이 축구학교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복음을 전하는 축구학교요.”

과테말라는…


-과테말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과 함께 중미 3개국 중 하나입니다.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해발고도가 1500m일 정도로 고산 국가며 면적은 한반도 2분의 1입니다. 영어 스페인어를 쓰지만 문맹률이 높고, 인종은 혼혈인 라디노와 마야인 유럽인 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정치·경제 상황도 알려주세요.

“4년 임기 대통령제 국가입니다. 국기에 그려진 케찰이라는 새는 잡히면 살지 못하고 죽어 ‘조국의 자유’를 상징합니다. 화폐 단위도 케찰입니다. 주요 수출품은 커피 원당 바나나, 주요 산업은 농업 봉제업 식품가공업 등입니다.”

-종교적 상황은 어떤가요?

“천주교 인구가 47%인 카톨릭 국가지만 복음주의가 들어오면서 개신교로 개종한 사람이 40%로 급증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복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과테말라에서 주의할 게 있나요.

“여전히 치안은 좋지 않아요. 과테말라에서 볼 수 있는 건 전선줄에 걸린 헌 운동화인데 마약 거래를 의미합니다. 쁘라또에도 운동화가 많이 걸려 있어요.”

-과테말라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도 부탁 드려요.

“어떤 프로그램으로 선교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축구로 선교하는 건 제 달란트인 동시에 이 나라 국민들이 좋아하기도 합니요. 한국인 아버지를 둔 혼혈도 많은데 아버지 나라에 가고 싶다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경우도 있어요. 이들을 도울 필요가 있어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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