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

국민일보

[기고]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

권혁면 (사)한국위험물학회 회장

입력 2022-11-29 04:06

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급되는 ‘위험사회’란 단어는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가 1986년 처음 사용했다. 위험은 성공적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이며,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 요소도 증가한다. 위험사회는 후진국이 아닌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생활 문화 등 현대사회의 발달 측면에서 효율성과 편이성의 증대를 위한 경쟁을 임의로 막을 수는 없다.

위험사회에서의 안전관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위험을 보는 능력’일 것이다. 2014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축하 공연을 보던 중에 환풍구가 붕괴돼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환풍구 위에 수십 명이 올라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붕괴 위험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후 대다수 환풍구에 재발 방지용 방책을 설치하게 됐다. 새로운 위험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9·11테러의 경우도 사전에 발생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여객기 조종실에 방탄문을 설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5년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사고는 미국 소방방재학회(NFPA)에서 발간한 방화핸드북에 사례로 소개돼 있는데 우리나라의 관련 안전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문제는 이미 파악된 위험 외에 또 다른 잠재 위험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다. 잠재 위험을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국가 안전관리의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안심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 나오는 대사다. 큰 사고 발생 후에 높은 경각심으로 안전이 잘 관리되다가 다시 반복되는 사고의 예방에 참고해야 할 문구다. 안전관리 용어 중에 ‘흔들리지 않는 배의 위험’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바다가 계속 잠잠하면 안전 운행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오히려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과거 정부에서 운영한 적이 있듯이 안전관리 주체자가 아닌 제3의 기관으로 하여금 객관적인 시각으로 혹시 모를 잠재 위험을 찾아 감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 발달 추세를 보면 변화가 빠르고 위험 요소가 다양해 관리 대책이 뒤쫓아 가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따라서 대형 사고의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알리는 데 전문가의 역할이 강조된다.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다시 한번 중요하게 느껴진다. 선진국이란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재발되지 않는 국가다. 이를 위해 민간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이번 기회에 안전 취약 부분을 찾아 인공지능(AI) 등 최신 재난안전기술들을 활용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밀하게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권혁면 (사)한국위험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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