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산의 도시브랜드 리뉴얼

국민일보

[특별기고] 부산의 도시브랜드 리뉴얼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입력 2022-11-29 04:03

사람들에게 도시는 숙명이었다. 태어난 장소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도시브랜딩이 각광받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도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에게 도시는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닐 뿐 숙명과도 같은 곳은 아니게 됐다. 고르는 사람에게 선택 대안이 많아졌다는 것은 선택을 받아야 하는 도시 입장에선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이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브랜드와 브랜딩이 승부를 결정한다. ‘남다른 자기다움’으로 강렬한 생각, 연상, 단어를 남겨 억지로 팔지 않아도 스스로 팔리게 만드는 브랜딩이 경쟁 회피의 슬기로운 해법이다.

부산이 20여년 만에 도시브랜드 리뉴얼에 착수했다.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브랜드와 브랜딩 모두를 새롭게 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브랜드는 사람들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연상, 단어, 문장, 그림 등’의 집합체다. 브랜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정이다. 목표로 정한 생각이나 단어, 연상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정체성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사람들 마음속에 부산 하면 ‘무슨 생각이 나도록 하고 어떤 단어나 그림이 떠오르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면밀하게 설정하고 또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시각적 상징(로고나 캐릭터 등)과 언어적 상징(슬로건 등)을 리뉴얼하기로 한 것이다.

브랜딩도 제대로 하겠다고 나섰다. 브랜딩은 목표 인식을 경험하게 만드는 모든 작업을 일컫는 말이다. 브랜딩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부산을 접할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와서 보니 정말 그렇다”라고 반응하게 하는 것, 직접 경험이다. 가 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의 직접 경험을 전해 듣고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부산은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서 자격과 품격을 인정받는 아시아 10대 행복 도시’로 가기 위한 실체 개선의 각오를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멋진 슬로건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더라도 직접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반응이 반복되면 브랜드는 힘없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브랜딩은 실체 변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작업이다.

도시브랜딩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향한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도록 자부심을 줘야 한다. 내부 지향 목표다. 먹고살 만한 것이 있어야 사람들은 안 떠난다. 그래서 기업·투자 유치 등도 내부 지향 활동으로 포괄된다. 두 번째 목표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많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관광지로 여행지로. 이것은 외부 지향 목표다. 관광에는 비즈니스 관광도 있다. MICE 산업이다. 비즈니스 관광도 외부 지향 도시브랜딩 활동이 된다. 최근 도시브랜딩을 본격화한 곳은 내부 지향 목표와 외부 지향 목표를 조금씩 구분해 브랜딩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 슬로건과 도시 관광 슬로건을 별도로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부산은 올해 초 관광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제 남은 건 내부 지향 목표에 좀 더 중점을 둔, 그러나 관광 브랜드까지 포괄할 수 있는 한 단계 높은 도시브랜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도시는 ‘상품’으로만 취급돼서는 안 되는 삶의 터전이란 것이다. 하나의 브랜드이기 이전에 그곳에서 삶을 꾸려온 수많은 이의 기억과 시간이 축적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부산의 브랜드 리뉴얼은 시민이 동의할 수 있는 부산의 DNA를 찾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실체 변화의 방향까지 담는 시각적 상징과 언어적 상징이 필요하다. 결정 과정에서도 시민 참여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수용성이 높아진다. 향후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에 대한 준비 작업도 필요하다. 이런 숙제를 제대로 풀어낸다면 부산의 도시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실체와 인식이 동시에 개선되는’ 진정성 있는 브랜딩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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