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월드컵 완장

국민일보

[한마당] 월드컵 완장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2-11-29 04:10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표장. ‘완장’의 사전적 정의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완장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4일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괴롭힌 건 다름 아닌 완장이었다. 왼쪽 팔에 찬 완장이 너무 헐거워 계속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얼굴 보호대만으로도 성가신데 완장까지 말썽이었다. 한 차례 교체했으나 헐겁긴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완장을 벗어 왼손에 쥐고 뛰기도 했다.

손흥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포르투갈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골문 앞 결정적인 순간에 완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독일 주장인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하프타임에 아예 완장을 테이프로 고정했다. 약 260조원을 들인 초호화 대회이지만 주장 완장은 싸구려라는 원성이 쏟아졌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은 완장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문제가 된 완장은 개막 전 급조된 것이다.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7개 팀 주장들이 각종 인권 논란이 불거진 개최국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원 러브’ 완장을 착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종교적 의미를 담은 문구를 담아서는 안 된다며 갑자기 자체 ‘완장 캠페인’을 선언했다.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FIFA는 유엔 산하기구와 협력해 통합, 교육, 차별 반대 등을 주제로 한 자체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단계별로 각각의 가치에 맞는 특별한 완장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대표팀 주장의 완장에는 ‘세계를 통합하는 축구’(#FootballUnitesTheWorld)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이를 환영한 건 아니었다. 독일팀은 단체 촬영에서 입을 가리는 포즈를 취했다. 원 러브 완장을 차면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한 FIFA에 ‘당신은 우리 목소리를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완장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은 월드컵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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