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반려식물과 겨울 준비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반려식물과 겨울 준비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입력 2022-11-30 04:04

영하로 곤두박질친다는 예보에 2층 베란다에서 키우던 유칼립투스 나무 화분을 분갈이해 거실로 들이고 1층 마당에서 자라던 녀석도 실내로 옮겨 연필선인장 옆에 뒀다. 1층 녀석은 큰 화분에서 맘껏 자란 데 비해 2층 녀석은 비좁은 화분 때문에 힘겨웠는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올봄 양재동에서 8000원씩에 데려온 두 녀석은 그사이 3배나 커져 내 키를 훌쩍 넘었고, 호주 원산인 유칼립투스가 오일 원료로 유명하다 해 떨어진 잎을 말려 태웠더니 여름 가으내 집안에 향기가 은은했다.

마당 식물도 겨울 준비가 한창이다. 봄에 흰 꽃과 맛나고 빨간 열매를 제공한 준베리(June berry)는 마지막 잎새만 빼곤 모두 떨궈 하얀 가지만 맵시 있게 남았고, 여름내 꽃이 흐드러졌던 아미초와 수국은 잎이 쏘옥 바래버렸다. 연중 상큼한 잎사귀를 식탁에 제공한 청시소는 색바랜 가지에 늠름한 씨앗만 남겼고, 시계꽃과 으름덩굴은 아직 초록초록 하지만 이내 잎이 질 터다. 동네로 시야를 넓히니 아직 꽃이 남은 건 억새와 강아지풀 같은 볏과 식물과 감국·산국 같은 국화류나 여뀌들, 제라늄이나 꽃베고니아 화분 정도다. 나무는 늦게까지 버티는 단풍나무만 붉지 대부분 누렁잎이거나 노르스름한데다 거의 나목에 가깝다. 상록수 빼고 푸르름이라곤 오로지 버드나무와 플라타너스 정도뿐.

지난주부터 양천구는 관내 아파트단지를 돌며 반려식물 분갈이 서비스를 진행했다. 춥고 긴 겨울 준비를 도운 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는데 서울시도 반려식물 클리닉 시범사업으로 힘을 보탠다. 불멍·물멍처럼 풀멍·꽃멍이 인기이고, 반려동물과 더불어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하나 ‘반려’는 ‘함께함’이 전제라, 구매로 즉각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애정을 쏟으며 생겨나는 소통과 4억년 이상 이 땅에 살아온 식물의 지혜를 배우는 관계 맺음이 필수다. 긴 겨울을 대비해 함께 지낼 반려식물을 입양하고, 오래 따스한 사랑 나누시길.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