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호기심은 인생을 의미 있게 바꾼다

국민일보

[너섬情談] 호기심은 인생을 의미 있게 바꾼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입력 2022-11-30 04:06

아이들은 ‘왜?’라고 끝없이 묻는다.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이야말로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했는가에만 관심을 품지 않고 반드시 왜, 어떻게까지도 알려고 한다. 아이들은 어떤 앎도 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대답을 듣자마자 즉각 새로운 질문을 꺼낸다. 미국 심리학자 수전 케인은 이를 ‘겁 없는 호기심’이라고 부른다.

겁 없는 호기심은 지적 성취의 핵심축이다. 호기심을 품을 때 우리는 세상을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누릴 수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이들보다 세상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호기심은 미지의 세계를 우리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우리가 인생을 더 많이 살도록 이끈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빠르게 잃어버린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이들은 ‘침묵의 악덕’을 몸에 새기기 시작한다. ‘별걸 다 물어보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는 비사회적 인간으로 취급당한다. ‘왜?’라는 질문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세계를 주어진 대로만 받아들이고, 정해진 대로만 살아가는 지루함에 사로잡힌다.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상은 흔적도 없고, 무미하고 가식적인 일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호기심을 잃은 삶은 우리를 범속하게 만든다.

호기심에는 범박한 인생을 특별한 인생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호기심과 질문은 삶에 기회를 불어넣음으로써 변화를 낳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그레이저는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 13’ ‘다빈치 코드’ 등의 제작자로 유명한 영화인이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던 그는 스물세 살 때 워너브러더스 영화사에서 문서 배달 알바를 하면서 삶의 경로가 달라진다. 무심히 일하던 그레이저는 문득 손에 든 문서가 유명 영화감독, 배우, 작가, 제작자, 권력자에게 가는 것임을 깨달은 후 이들을 직접 만나 짧게라도 평소에 궁금한 점을 묻고 인생 조언을 듣겠다고 생각한다. ‘호기심 대화’의 시작이었다.

‘큐리어스 마인드’에 따르면 호기심 대화란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 짧게는 5분 정도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레이저는 평생 호기심 대화를 하면서 살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천문학자, 과학소설가, 힙합 가수, 무기 제작자 등 직업도 계층도 다양했다. 앤디 워홀,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도 그 안에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낯선 주제를 이야기하고, 신선한 관점을 접해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유일한 동기였다. ‘호기심 여행자’로 그는 대화를 통해 자신 안에 다른 삶의 경험과 관점을 늘림으로써 남들보다 인생을 몇 배로 살고, 타인을 이해하는 지혜를 기르는 등 정신적·지적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호기심은 그에게 인생길을 찾아주고, 치열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그를 최상급 제작자로 만들어준 힘이었다. 호기심은 인간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독창적으로 변화시키는 까닭이다.

호기심은 인생을 흥미롭게 할 뿐만 아니라 좋은 관계를 이룩해 주기도 한다. 호기심은 근원적으로 관심의 표현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상대를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연인을 향해 ‘왜?’라고 물음으로써 우리는 사랑의 여정에 올라타고, 흥미를 완전히 잃으면 ‘너, 다 알아봤어!’라는 말로 이별을 선언한다. 너를 향한 관심이 그칠 때, 즉 너에 대해 더는 알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들 때가 사랑의 막장이다. 끝없는 호기심은 사랑의 묘약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우리 존재의 의미가 삶의 어느 한 부분도 이미 결정된 것, 부동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고,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탐구와 수행을 통해 무엇이 좋은 것인지 알아 가는 발견의 과정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왜?’라는 질문을 잃어버린 채 쳇바퀴 돌듯 시간만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돌이켜 생각할 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