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엄포 놓는 민주당

국민일보

[사설]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엄포 놓는 민주당

입력 2022-11-30 04: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민주당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29일 “국민의힘이 무책임한 지연 작전으로 일관하겠다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예산 심사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수정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엄포다.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이 대표의 자신감은 169석이라는 민주당 의석수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해서 통과시킬 수 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윤석열정부가 처음으로 짠 것이다. 여기에는 규제 개혁, 반도체 인력 증원, 공공분양주택 공급, 원전 기술 개발, 대통령실 이전 등 정부의 국정 목표가 담겨 있다. 민주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공공분양주택 예산 1조1393억원을 삭감했고,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i-SMR) 개발 비용 39억원도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불리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정부안보다 5조9409억원 늘렸다. 민주당은 예산을 통제해 정부의 정책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니 ‘대선 불복’이라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이다.

국회가 정부 예산을 심의·확정해 의결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책무다. 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점검하고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라는 뜻이다. 정부의 발목을 잡고, 야당 대표 정책을 빛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은 늘 있었고, 이견이 있는 게 당연하다. 다만 여야 모두 적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정책 집행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고, 야당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민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것은 견제도 하고, 집행도 하겠다는 것이다. 단독 처리가 단순한 엄포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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