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초과이익과 횡재세

국민일보

[한마당] 초과이익과 횡재세

라동철 논설위원

입력 2022-11-30 04:10

고금리, 고유가는 대체로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여건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에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은행은 금리 인상의 덕을 톡톡히 누리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해 계속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국내 은행의 올해 1~3분기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9000억원(20.3%)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금리 인상에 연동해 대출금리를 올렸고, 시중 자금이 예금으로 쏠리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외부 환경 변화에 힘입어 그야말로 횡재를 한 것이다.

정유사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덕분에 특수를 누렸다. 올해 9월 말까지 국내 5대 정유사의 매출총이익(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값)은 16조5000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의 4배가 넘었다. 이들 업종의 호황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업황이 외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이런 업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현실을 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횡재한 기업으로부터 초과이익 일부를 환수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 업황은 변하는데 일시적 호황을 이유로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하여튼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기업들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하는 움직임이 유럽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루마니아, 스페인, 헝가리 등이 에너지 기업이나 발전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도입했고 독일도 올 연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도 민주당 쪽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횡재세가 이상에 치우친 허황된 제도가 아니란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국회에 관련 법안 2건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고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유럽 국가들보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지 않나. 횡재세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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