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시진핑의 선택

국민일보

[특파원 코너] 시진핑의 선택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2-11-30 04:02

중국 주요 도시와 대학가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일었던 지난 28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2008년과 2014년 두 차례 몽골을 방문한 시 주석은 중국을 국빈방문한 후렐수흐 대통령과 천안문 광장에서 21발의 예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의장대를 사열했다. 양측은 신시대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시위가 없었다면 시진핑 집권 3기 정상외교 재개로 주목받았을 회담은 그냥 묻혔다.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 등 SNS에는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고 외치는 중국 시민들의 시위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위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당신이 거론한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영상을 본 사람들이라면 헛웃음을 칠 수밖에 없는 답변이다. 세계 각국은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한 달 만에 벌어진 전례 없는 대규모 저항 시위가 불러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에 대한 비판은 금기였다. 인구는 많고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낮은 데다 의료 시스템도 취약한 중국의 현실상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한때 성과도 있는 듯 보였다.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치른 대가와 비교해 수치상 중국의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엔지니어링센터(CSSE) 집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로 숨진 사람은 1만5000여명(중국 당국 집계는 5000여명), 미국은 107만여명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나고도 백신이 없었던 시기의 봉쇄 일변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중국의 20, 30대가 백지를 들고 거리로 나선 건 그동안 쌓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카타르월드컵의 노마스크 관중을 본 중국 청년들은 “바이러스도 중국 특색이냐”며 당국을 조롱하고 있다.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빗댄 말이다.

중국 당국도 시 주석 3연임 확정 후 방역 완화를 시도했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10일 시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과잉 방역 시정’이라는 지침을 내놨고 곧이어 국무원이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문제는 지난달 20차 당대회 폐막 후 조금씩 늘어나던 감염자가 그즈음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침과 달리 각 지방정부에선 단지를 봉쇄하고 회사와 학교 문을 닫는 방역으로 유턴했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일단 가장 익숙한 방식인 통제와 선전으로 시위 차단에 나섰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도심 곳곳에 경찰력이 투입돼 불시에 신분증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주거 단지 곳곳이 봉쇄돼 안 그래도 텅 빈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보다 공안이 더 많다. 중국 온라인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관련 영상과 글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관영 매체는 “방역에는 인내심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넘지 못할 고비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제로 코로나 달성을 위해 협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중국인들을 다시 보게 한 이번 백지 시위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베이징대 학생으로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왕단은 중국 공산당이 봉쇄 정책을 완화하는 대신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 공산당 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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