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이단을 끌어들이고 정통신앙을 내몰기도 한다

국민일보

교회는 이단을 끌어들이고 정통신앙을 내몰기도 한다

이단 판별 기준·주체 어떻게 정할 것인가 <5>

입력 2022-12-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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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신학자들은 기독교 신앙의 근본 도리들을 부정한다. 1900년대에 들어서서 미합중국장로교회(PCUSA) 안에서 드러나지 않게 세력을 확산시켜 왔다. 몇 노회들은 자유주의 신학이 지향하는 신학적 가정(假定)들, 반성경적 주장들, 성경에 대한 고등비평 방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목사로 안수했다.

총회는 신학의 변화를 경계하면서 1910년, 1916년, 1923년에 기독교 핵심 5대 교리들을 공식 천명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 교회권력과 주도권이 자유주의 신학자들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신학노선 변경에 이어진 신학논쟁은 1922년부터 1936년까지 14년 동안 격렬하게 전개됐다. 목사안수의 조건, 프린스톤신학교의 사명, 외국선교부의 정통성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진행됐다.

신학 충돌은 별들의 전쟁이다. 당시 미북장로교회(현 미합중국장로교회)의 신학논쟁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승리로 종결됐다. 이단이 정통을 제치고 교회의 신학과 권력을 장악한 셈이다. 교회는 프린스턴신학교의 신학교수이며 정통신학자인 그레이스앰 메이첸 박사의 강의권, 설교권, 목회권을 박탈했다. 총회선교부와 결이 다른 복음적인 독립선교부를 설립했다는 것에 시비를 걸었다.

그 무렵 미북장로교회 목사 1274명은 기독교의 핵심 진리들을 부정하는 오번선언서(1924)에 서명했다. ① 성경 무오성 ②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③ 대속 죽음 ④ 육체 부활 ⑤ 초자연적 이적 능력 등은 한낱 이론, 학설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교리들을 믿지 않는 자도 교회의 유급직원 곧 신학교수, 목사, 교역자로 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 주 오번에서 선포된 “미북장로교회의 일치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고안된 선언”은 이 교회가 정통신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단적 자유를 향한 의지’를 표방한다. 기독교가 교회의 분열을 방지하고 통일을 유지하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려면 전통적인 핵심 교리들을 포기해야 한다. 기독교에서 중요한 것은 교리가 아니라 윤리적 실천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번선언서는 ‘신앙고백과 성경해석의 자유’를 표방한다. 신앙고백서 작성자들과 교회회의도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누구나 개인이 성경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 5대 핵심 교리들도 진리가 아닐 수 있다고 한다.

교회 권력이 자유주의 신학자들과 추종자들에게로 옮겨 간 얼마 후 프린스턴신학교 교수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소수의 자유주의 신학 교수들과 역사적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다수 신학 교수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와 신학충돌이 거듭됐다. 오번선언서에 서명한 자들이 프린스턴신학교 이사직 일부를 맡았다. 교장 스티븐슨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을 편들었다.

자유주의 신학을 중심에 둔 신생 종교 현대주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교리에 있지 않으며 윤리에 있다고 한다. 모든 종교경험을 기독교 신앙과 동일시한다. 기독교 신조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다. 성경적 교리에 연연하는 사람을 ‘교리지상주의’라고 비난한다.

자유주의 신학자들에 따르면 종교의 신조는 경험을 체계적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다. 각자의 경험은 동등하게 중요하다. 유대인, 아랍인, 인도인, 일본인, 중국인의 종교경험과 기독교인의 신앙경험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모두 동일 동가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독교의 교리를 절대화하는 것은 ‘진리’에 모순되는 반지성적 주장이라고 한다.

반면 정통신학자들은 유서 깊은 기독교 교리를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을 일목요연하게 간추려 체계화한 것으로 본다. 성경은 기독교인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기독신자의 경험의 기초가 되는 여러 가지 영원한 진리와 사실들을 계시한다고 믿는다.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리의 말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본다.

미북장로교회와 프린스턴신학교의 신학적 변질은 입술로 개혁신앙을 고백한다고 하면서도 자유주의 신학과 시류(時流)에 교회의 문을 열어주는 회색주의자들과 포용주의 태도를 가진 중도파 인사들의 처신에 힘입는 바 크다.

‘자유주의 신학’은 명백한 이단이다. 자유주의와 기독교는 같은 뿌리의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뿌리가 같지 않은 다른 종교처럼 여겨진다. 기독교 5대 핵심교리들을 믿지 않는 자들, 그 진리들을 하나의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자들이 이단자가 아니면 누가 이단자인가?

자유주의 신학을 관용하는 교회의 느슨한 울타리 안에서 예수 밖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고 하는 종교다원주의가 무성하게 번식한다. 세상사를 기독교 선교의 전부로 여기는 선교사상과 성경을 신화 모음집으로 보는 이단 사상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자를 이단자로 여기는 판단에 주저하는 것은 이단이 정통을 짓누르는 형태의 교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정통과 이단의 주체와 객체가 전도된 교회 세력 구도에 길들어 있는 사람일 수 있다.

교회의 이단 판별과 정죄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함은 어불성설이다. 미북장로교회는 이단을 교회 안에 끌어들이고 정통신앙을 밖으로 내몰았다.

교회가 힘의 논리, 기득권 유지, 자파의 교세 보호, 괘씸죄 등에 기초하여 이단 정죄를 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지속되는 이러한 종류의 이단정죄는 무효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담고 있는 진리만이 이단 판별과 정죄의 기준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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