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청빙은 성도가 공감할 수 있어야” 청년까지 위원으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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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청빙은 성도가 공감할 수 있어야” 청년까지 위원으로 참여

<3부> 교회, 말씀 속으로 (5) 성경적 목회 이양 실천한 수원제일교회

입력 2022-12-0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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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오른쪽) 수원제일교회 목사가 지난달 30일 교회의 표어가 부착된 강단 위에서 이군호 장로와 손을 맞잡고 활짝 미소짓고 있다. 수원=신석현 포토그래퍼

사람을 어느 모임에 초대할 때 쓰는 ‘초빙(招聘)’이란 단어에는 ‘예를 갖추어 불러 맞아들임’이라는 격(格)이 내포돼 있다.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청빙(請聘)’에는 여기에 더해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성경적 지혜가 담겨 있다. 누군가를 초빙하는 것보다 더 낮은 자세로 목회자를 청하여 영적 지도자를 모신다는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청빙’이 돼야 할 목회 이양 과정이 ‘채용’처럼, 교회 내 동역자를 찾는 과정이 ‘인력 구함’과 다름없이 진행되는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가 고민해야 할 성경적 청빙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제일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김근영(51) 목사는 이 교회 원로 이규왕(75) 목사와 최근 나눈 ‘카톡’ 얘기부터 꺼냈다. “원로목사님이 현재 필리핀 선교 현장에 계시는데 사역 중에 전한 설교문부터 사역 방향까지 수시로 보고를 해주시면서 행복해하십니다. 한번은 제가 필리핀에 갔었는데 사모님이 마트에서 제 속옷까지 새로 구입해 숙소에 넣어주셨더군요. 엘리야 선지자가 엘리사에게 겉옷을 준 것엔 ‘모든 것을 다 전수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토록 배려와 섬김이 담긴 목회 전수에 매 순간 가슴 벅차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지난 4월 교회 설립 기념 주일예배에서 김 목사(왼쪽)와 이규왕 원로목사가 하이 파이브하는 모습. 수원제일교회 제공

교회는 2017년 12월 ‘원로목사 추대 및 위임예배’를 통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1973년 전도사로 부임해 부교역자를 거쳐 5대 담임목사까지 27년을 교회와 함께한 목회자의 바통을 넘기는 과정은 공동체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를 더 견고하게 세워나갈 여정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그 첫 단추는 이 목사가 강단에서 밝힌 일성(一聲)이었다. “저는 후임 목사 청빙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목회 세습, 연이 닿아 있는 인사들로부터의 청탁 등 목회 이양 과정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갈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임 목회자의 의지 표명이었다. 교회는 목회 위임 2년을 앞두고 청빙위원회를 구성했다. 통상 청빙위 활동이 1년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에 달하는 기간이다. 당시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군호(69) 장로는 “목회자 청빙은 기업이 뛰어난 경영자를 선임하는 과정과는 시작부터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라는 것, 하나님께서 교회를 위해 영적 지도자를 예비해두셨으리라는 것, 모든 성도가 공감하는 청빙이어야 한다는 것. 이 세 가지를 견지하며 청빙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청빙위 구성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신앙 공동체로서의 다짐이 담겼다. 당회의 장로, 안수집사와 남녀 전도회 대표뿐 아니라 청년부 대표를 위원으로 세워 회의 답사 면접 등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이 장로는 “후임 목회자와 가장 오랜 시간 공동체를 이끌어 갈 성도는 장년이 아니라 청년”이라며 “20여년 후 다시 도래할 목회 이양을 생각하면 그때의 청년 청빙위원이 시대적 증인이자 핵심 역할을 해줄 성도”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6명의 후보를 두고 최종 면접하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어떻게 보면 청빙위원은 저를 평가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그날 저는 피평가자가 아니라 존중받는 동역자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조언을 구하는 과정으로 느껴져 큰 감동을 받았어요.”

위임 전 동사(同事)목사로서 사역하던 2017년 3월, 김 목사는 격주로 강단에 선 지 1개월 만에 이 목사로부터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을 받는다. “앞으로는 김 목사님이 매주 강단에 서 주세요. 그리고 우리 교회에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든 좋으니 시도해보세요.” 청빙이 최종 결정되지도 않은 동사목사에게 온전하게 설교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김 목사는 “돌아보면 위임 전까지 성도들에게 매주 설교를 전할 수 있었던 게 수원제일교회 공동체에 담임 목회자로서 정착하고 사역을 잘 추진해나갈 수 있는 최고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로는 “원로목사님은 지금도 주요 절기 때 설교를 요청해도 ‘담임목사의 설교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한사코 거절하신다”고 귀띔했다. 김 목사는 “간곡한 요청 끝에 원로목사님이 설교를 수락하시더라도 꼭 따로 제게 연락해 ‘지금 성도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담임목사에게 힘을 실어 주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교회 설립 기념 주일예배의 공동 설교를 했을 때도 애초 각각 15분씩 설교하기로 했지만 이 원로목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담임목사가 성도들에게 더 오래 메시지를 전하는 게 좋겠다며 10분 만에 강단을 내려왔다. 당시 두 사람이 설교자를 교대하며 강단 앞에서 ‘하이 파이브’하는 모습은 성도들이 꼽는 올해의 최고 명장면이다.

내년이면 설립 70주년이 되는 교회는 오는 9일 김 목사를 청빙한 지 5년을 맞는다. 김 목사는 부임 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집중해 온 키워드로 ‘계승’을 꼽았다. 그는 “수원제일교회 공동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성도들에게 가장 큰 행복이 끊임없이 지속해온 이웃 섬김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교회의 신앙 유산인 섬김 사역을 잘 계승해나가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고 말했다. 교회는 노을빛장애인보호센터 운영, 홀몸 노인 반찬 지원 및 이불 빨래 사역, 취약 계층 주거환경 개선, 지역 내 학대 아동을 돌보는 ‘러브 수원’ 등 교회 공동체의 사랑을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일을 확장해가고 있다.

김 목사는 2017년 9월 열린 공동의회에서 97%라는 높은 찬성률로 청빙이 결정됐다. 100% 찬성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그 3%가 저를 목회하게 합니다. 부정이나 거부의 응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동체에 애정을 갖고 더 섬세하게 리더십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성도들일 겁니다.”

수원=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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