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초거대 AI가 온다

[뉴스룸에서] 초거대 AI가 온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입력 2023-01-16 04:07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암울한 미래를 상상한 건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이다.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스카이넷은 점점 진화했고, 이를 두려워한 인류는 스카이넷 가동을 중단시키려 한다. 스카이넷은 인류를 적으로 간주하고 핵무기를 발사해 몰살시킨다.

AI라고 하면 알파고를 떠올리며 기시감을 느낄 수도 있다. 2016년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전 세계는 AI 열풍이 불었다. 인간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알파고를 보며 AI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커졌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알파고 같은 AI는 특정 분야 과제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인간처럼 종합적 사고와 판단을 하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쯤 지난 지금 초거대 AI라는 새로운 AI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초거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AI를 일컫는다. 사람처럼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하고, 코딩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수준은 인간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오픈AI가 선보인 ‘챗GPT’가 대표적이다. 구글에 검색을 맡기려면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챗GPT는 대화하는 것처럼 물어보면 된다. 무엇보다 단순한 정보가 아닌 맥락까지 포함한 ‘의견’을 제시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예를 들어 “반도체 세계화는 계속될까?”라고 물으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적용 분야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 세계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한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지난해 11월부터 약 75회에 걸쳐 AI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AP, 워싱턴포스트 등도 AI를 기사 작성에 도입했지만, 이는 정해진 틀에 숫자만 넣는 정도의 단순한 용도에만 활용된다. 반면 씨넷은 복잡한 금융 관련 지식을 설명하는 용도로 AI를 사용했다.

초거대 AI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예술 영역까지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게임 기획자 제이슨 앨런이 ‘미드저니’란 AI 프로그램으로 만든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이 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 규정은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AI가 그린 그림이 인간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밖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장르와 분위기만 고르면 AI가 알아서 작곡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도 간단한 몇 마디 말만 하면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올해 더 발전된 AI 대화 모델 GPT-4를 선보일 예정이다.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면 지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올해 등장할 초거대 AI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간의 영역을 넘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부작용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챗GPT는 악성코드 제작에도 사용되고 있다. 악성코드도 고도화됐고 정교하다. 챗GPT로 과제나 논문을 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미국 뉴욕은 학교 내 인트라넷에서 챗GPT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챗GPT로 쓴 글을 찾아내는 앱도 등장했다. AI의 미래에 대해 묻자 챗GPT는 “윤리적으로 개발되고 사용돼야 하며,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대체 문제, AI 시스템 보안 우려, 모든 사람이 AI에 접근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