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져가는 섬 섬 섬… 복음의 등대가 꺼져간다

국민일보

약해져가는 섬 섬 섬… 복음의 등대가 꺼져간다

2023 국내 섬 선교 실태 보고서

입력 2023-01-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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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한산면 추봉도 추봉교회에서 바라본 일출 전경. 한국섬선교회 제공

최경숙(63) 전도사는 남편 정광섭 목사가 1989년 전남 완도군 군외면 흑일도 흑일교회에 부임 당시 사모였다. 남편은 흑일교회는 물론 교회가 없는 주변의 여러 섬을 순회 전도하며 예배를 인도하는 등 섬 선교 활동에 열심이었다. 최 사모는 항상 남편과 동행했다. 하지만 2016년 남편이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섬 선교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노회에서는 최 사모에게 신학 공부를 권했고 남편 뒤를 이어 흑일교회를 담임하게 됐다.

흑일도는 4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한반도 땅끝 갈두항에서 여객선이 하루 3회 운항한다. 30분 정도 걸린다. 주민들은 김과 미역을 기르고 작은 배로 멸치를 조금씩 잡아 생활한다.

완도 등 다른 큰 섬처럼 전복 양식을 못 하는 것은 젊은 청년이 없기 때문이다. 70대 이상의 노령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생활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을 교육할 학교도 없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 상낙월도 낙월교회 성도들이 교회 마당에서 주일 오후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국섬선교회 제공

교인은 5명으로 모두 노인이다. 섬 주민들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크게 공헌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미신과 유교 사상이 깊은 옛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교회에 나오기를 주저한다. 그 때문에 교회는 재정 자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 달 헌금은 몇만원이 전부다. 다행히 그동안 뜻있는 육지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하고 코로나19 감염병이 휩쓴 최근엔 외부 도움마저 중단된 경우가 왕왕 있다. 최 전도사는 내색을 못 하고 기도할 뿐이다. 그래도 최 전도사는 좌절하지 않고 처음 주님께 기도하고 약속했던 사명을 기억하며 힘을 낸다. 남편이 못다 한 섬 선교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천국에서 남편을 만나면 잘했다고 반겨줄 날을 고대한다.

흑일교회처럼 외부 도움으로 유지하는 미자립 섬 교회는 전체 90%에 달한다. 섬 선교단체인 한국섬선교회(ksum.org)가 20일 발표한 ‘2023 섬 선교 실태조사’에서 국내 섬 3117개 중 유인도는 370개이다. 이 중 한두 명만 사는 섬은 11곳으로 집계됐다. 2명이 거주하는 섬은 4개, 10명 이하는 45개이다. 177개(48%)의 섬은 50명 미만이다. 233개(60%) 섬은 100명 미만이다.

전남 완도군 보길면 예작도 앞바다를 순회하던 선교선(운항책임자 최경숙 전도사) 방주 11호에서 순회예배 드리는 모습. 한국섬선교회 제공

가란도와 가우도, 교동도 등 27개 섬은 연륙교와 방파제 등으로 육지화됐다. 또 각홀도와 부도, 수항도 율도 죽도 등 5곳은 무인도로 변했고 두지도와 원도, 초도처럼 무인도에서 유인도로 변경된 곳도 있다. 몇몇 큰 섬이나 관광업과 양식업이 잘되는 섬은 청년의 유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섬은 노령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섬의 암울한 실정은 현지 섬 교회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26개 섬에 449개의 섬 교회가 있다. 큰 섬에는 교회가 많다. 10개 이상의 교회가 있는 곳이 울릉도 비금도 백령도 등 9곳이다.

하지만 교회가 아예 없는 일명 ‘무교회섬’이 144개에 달했다. 유인도의 3분의 1 정도엔 교회가 없는 셈이다. 섬 교회가 힘든 주된 원인은 인구 감소다. 섬 인구는 1987년 43만 명, 2000년 22만 명, 2010년 12만 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교회가 있는 섬 226개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91개 교회는 100명 미만이고 20%인 44개 섬은 주민 수가 50명도 안 된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고대도 고대도교회. 고대도는 한국에 온 첫 개신교 선교사인 칼 귀츨라프가 1832년 8월 12일 떠날 때까지 선교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섬선교회 제공

교회가 여럿 있는 큰 섬도 마을 단위로는 주민 수가 많지 않다. 주민 고령화도 영향을 미쳤다. 섬 지역 학교들이 대부분 폐교돼 젊은 부부가 섬에서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래 골재 채취와 풍력발전기 설치 등으로 어업 자원이 고갈돼 섬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의료 및 복지시설이 부족하고 섬 교역자의 잦은 이동, 젊은 교역자가 섬 교회를 찾지 않는 이유도 있다. 섬 복음화의 사명감으로 시작한 목회자들은 지금 한계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섬 교회 10개 가운데 9개는 미자립교회다. 자체 재정으로는 교역자 한 사람의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열악한 재정 상태에 허덕인다. 1987년 선교회 창립 당시 30%였던 미자립교회는 97년 50%로 늘었다. 이듬해 IMF 위기가 닥치면서 88%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친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90%를 차지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실정이다.


설문에 응한 207개 교회 중 절반가량(51%)이 섬 목회자에게 어려운 점으로 ‘생활고’를 꼽았다. 다음은 교인 고령화(18%)였고 자녀 교육(11%), 외부와의 단절(10%), 자기(목회) 계발 부족(10%)이 뒤를 이었다.

한국섬선교회 회장 최종민 목사는 “선교회가 창립되던 1987년 조사에서는 미자립 섬 교회가 전체의 30%를 약간 웃돌았다”라면서 “10년쯤 지나 50%로 늘더니 최근에는 교회 10곳 중 9곳이 미자립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했지만 현재 우리의 고향 섬 교회는 존립이 어려울 정도”라며 “그만큼 도시교회의 후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선교 비중이 높은 도시 교회의 선교 방향 때문에 섬 교회가 겪는 어려움은 더 크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에 노인들만 남아 있는 섬 교회가 노인선교 활성화를 위해 특수선교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교회 존립 여부가 더 심각한 섬 교회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섬의 가장 큰 특징은 고립된 환경이다. 섬 교회 교역자 또한 모질게 마음먹지 않으면 섬에서 버티기 힘들다.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며 한 영혼을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어부들이 썰물 때 바다 가운데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섬선교회 제공

최 목사는 “섬 교회 절대다수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 도시교회가 신년도 섬 교회 후원 예산을 적게라도 세워 주거나 성도들이 소액이라도 섬 교회와 자매결연하는 사업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한국섬선교회는 연말연시가 되면 도시 교회와 섬 교회 간 자매결연을 주선해 왔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요청이 오면 지원이 시급한 섬 교회 현황서를 보내주고 선교 후원비는 섬 교회로 직접 송금토록 안내하고 있다.

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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