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이란 갈등의 정쟁화, 국익에 도움되지 않을 것

국민일보

[사설] 한·이란 갈등의 정쟁화, 국익에 도움되지 않을 것

입력 2023-01-26 04:01
지난 19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이란 대사관의 모습. 최현규 기자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 외무부 나세르 칸아니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된 한국과 이란 양국의 긴장 관계가 열흘 이상 계속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도중 국군 아크 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UAE의 300억 달러 투자 성과에 고무돼 양국 관계를 강조하며 장병들을 격려하다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외교적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UAE와 이란이 역사적·현실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제3국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윤 대통령의 말실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걱정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이 호재를 만난 듯 윤 대통령 발언을 정쟁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외교와 안보 최대 위협은 윤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더니 25일에도 “외교 참사” “국제 왕따”라며 공격을 계속했다. 대통령의 외교를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권리다. 다만 대통령의 말실수를 ‘외교 참사’라며 갈등을 확산시키는 것이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비판도 국익을 고려해야 하며, 과도한 비판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국민의힘의 방어도 적절하지 못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말이) 기본적으로 사실관계가 맞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겠지만, 이란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한국과 이란은 1962년 수교 이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동 건설 붐 당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진출한 나라도 이란이었다. 이란의 핵 개발과 이에 대한 국제 제재로 양국 관계가 불편해졌고, 교역 규모도 줄었다. 현재 이란 자금 70억 달러 동결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정부는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현재의 불편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민주당 제안도 귀담아듣기 바란다. 이란도 감정적으로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냉정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칸아니 대변인 말처럼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고 상호협력과 안정을 강화하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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