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대학가 월세에… ‘교회 학사’ 구원투수로 뜬다

국민일보

치솟는 대학가 월세에… ‘교회 학사’ 구원투수로 뜬다

서울 소재 교회 운영 학사 20여곳
대부분 소정의 관리비만 받거나
월 10만~20만원 내외로 이용 가능
신앙의 울타리 역할도 해줘 ‘든든’

입력 2023-01-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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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잔다리로에 위치한 서현학사 전경.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소재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영지(가명·24)씨는 최근 새 학기를 준비하다 4년 동안 머물던 자취방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부쩍 뛰어오른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김씨는 지하철로 왕복 40여분이 걸리는 지역에 새로 둥지를 텄다. 그는 “대학가 원룸은 한 곳이 오르면 주변 시세가 빠르게 같이 오른다”며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졸업 전까지 또래 친구와 같이 살기로 했다”고 했다.

새 학기를 앞둔 캠퍼스 인근 임대료가 치솟으며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데믹 시대 대면강의 확대, 전세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월세방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신촌과 홍대 등 대학가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원룸, 오피스텔 월세가 전년 대비 5만~15만원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년 전 홍익대에 입학한 한상진(24)씨는 현재까지 월세 고민 없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서현교회(이상화 목사)에서 운영하는 학사(學舍) 덕분이다. 이곳에선 입사비(10만원, 퇴사 시 환급) 외에는 별도의 월세가 없다. 전기료와 가스비 등 공동으로 지출되는 비용만 나눠서 부담하면 된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현재 서울의 경우 교회가 운영 중인 학사는 20여곳이다. 대부분 소정의 관리비만 받거나 월평균 10만~20만원 내외로 이용할 수 있다. 대학가 주변 비슷한 수준의 원룸 시세가 월 40만~6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생활비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농어촌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에게 입소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도 학교 기숙사처럼 생활 규칙이나 권장 사항이 있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 학사 내 음주·흡연 금지 등을 비롯해 신앙생활 측면에서 주일예배 출석, 소모임 참여를 권장한다. 사생활 존중, 간섭받지 않는 자유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큰 거부감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한씨는 “가족을 떠나 지내는 대학 생활이 자칫 방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울타리가 돼줘서 오히려 장점이라 생각한다”며 “기숙사나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또래들의 경우 룸메이트가 술에 취해 들어오거나 이성 친구를 데려오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일이 빈번하다. 교회 학사에선 신앙·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학사 지도를 맡고 있는 조충성(31) 서현교회(대학부) 목사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던 외부 강사 초청 세미나, 야외 MT 등 다양한 활동을 재개해 취업 연애 경제문제 등 청년들의 주요 관심사를 함께 고민해보고 마음을 나눌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30곳 넘게 운영됐던 교회 학사는 최근 10년 새 10곳 이상이 운영을 중단했다. 9년 전 교회 학사 운영이 종교 목적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누적된 세금을 한꺼번에 부과하면서 일부가 운영을 멈췄고, 코로나 여파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5년째 학사를 운영해오고 있는 전상업 서울 창조교회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의 시대적 어려움을 보듬고 그들의 신앙 울타리가 돼주는 일이 멈춰선 안 된다”며 “당면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교회 학사가 운영을 멈추지 않도록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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