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도그 워커

국민일보

[한마당] 도그 워커

태원준 논설위원

입력 2023-01-26 04:10

‘팬데믹 퍼피’는 코로나 국면에 입양된 강아지를 일컫는다. 거리두기에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자 교감 상대로 반려동물을 택한 이들이 많았다. 미국에선 코로나 이후 2300만 가구가 개나 고양이를 새로 들였다고 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조사해보니 거리두기가 풀린 뒤에도 팬데믹 퍼피와의 삶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이 90%(고양이는 85%)나 됐다. 이 트렌드는 새로운 고수익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주인을 대신해 개를 데리고 동네를 걸어 다니며 놀아주는 사람. 도그 워커(개 산책 대행인)들의 성공담이 요즘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뉴욕의 한 도그 워커가 유튜브에서 공개한 연수입은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가 넘었다. 하루 6시간씩 1주일에 엿새 일해서 그만큼 번다고 하자 “나도 그렇다”는 도그 워커들의 댓글이 잇따랐다. 팬데믹 퍼피의 급증에 도그 워커를 찾는 수요가 크게 불어났고, 거리두기가 풀려 다시 바빠진 주인들이 더 빈번히 개 산책을 의뢰하면서 대행료가 대폭 오른 결과였다. 월세 벌려고 개 산책 일을 시작했다가 집을 사버린 사람, 도그 워커들을 모아 회사를 차린 사람, 그런 회사를 여러 도시로 확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요 언론에도 소개되고 있다.

가난한 청년의 아르바이트 일거리였던 개 산책은 이렇게 코로나 3년 만에 고수익 전문직으로 탈바꿈했다.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뀐다 해서 몇 배 불어난 수요와 비용이 3년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배달의 편리함을 맛본 한국인이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여전히 많은 것을 배달시키며 살아가듯, 개 산책 서비스도 펫 산업 팽창과 맞물려 미국인의 일상에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지난 20일은 코로나가 한국에 상륙한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놀라곤 한다. 이번 설만 해도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 코로나에 맞서려 바꿨던 삶의 방식은 우리 생각을 여러모로 바꿔놨다. 내주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더라도 우리가 기억하던 삶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태원준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