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예수상 세운다’던 황 장로, 사찰 대표였다

국민일보

‘세계 최대 예수상 세운다’던 황 장로, 사찰 대표였다

테마파크 투자자들의 피해 제보 속출
홍보 앞장선 한교연 공식입장 안내놔

입력 2023-01-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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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테마파크 부지로 알려진 충남 천안 입장면 연곡리 일대에 지난 27일 독수리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천안=장창일 기자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을 추진 중인 장로 출신의 황학구(58) 한국기독교기념관 이사장이 불교 사찰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예수상을 비롯한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을 이어가는 이 단체와 이를 앞장서서 홍보하던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의 행보를 두고도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기독교 테마파크에 투자했다가 억대 피해를 봤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황 이사장은 2017년 4월 ‘대한불교 임제종 국원사’ 대표 자격으로 충남 천안시 입장면 연곡리 일대에 사찰을 짓겠다며 천안시 서북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찰 건립 허가를 받은 부지 바로 옆은 현재 한국기독교기념관과 한교연이 지으려고 하는 기독교 테마파크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교회 장로인 황 이사장은 예수상을 비롯한 기독교 시설을 짓겠다고 추진하기 전 바로 옆에 국원사 대표 자격으로 사찰을 짓겠다며 별도의 건축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의 구상대로 건축이 진행됐을 경우, 세계 최대 예수상 옆에 본인이 건립한 사찰도 함께 들어서는 셈이다. 복음 전파를 위해 기독교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사업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로 현재 국원사 대표 명의는 황 이사장 처제인 최모씨로 교체됐지만 이는 황 이사장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의 일이다.

지난 27일 들른 천안시 입장면 일대의 기독교 테마파크 부지는 황량했다. 공사가 진행된 흔적은 전혀 없었고, 하늘 위로 독수리떼만 가득했다. 공사 허가까지 취소되면서 투자자들은 피해자가 되는 분위기다.

실제 ‘기독테마파크…알고 보니 작년 허가 취소됐다’는 국민일보 보도(1월 27일자 29면 참조) 이후 피해자의 제보도 줄을 잇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천안시청 담당 공무원도 “요 며칠 사이 관련 보도를 본 투자 피해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억원을 투자한 연예인 A씨는 “한교연 목사님들이 함께하는 걸 보고 이 사업을 신뢰하게 돼 거액을 투자했다”면서 “하지만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아 결국 황 이사장을 고소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세무서가 2017년 4월 발행한 고유번호증에 황학구 한국기독교기념관 이사장이 ‘불교임제종 국원사 대표’로 기록된 모습. 임성택씨 제공

수십억원을 투자한 뒤 소송에 나선 임성택(66)씨도 “내 주변 투자자들의 투자액만 합쳐도 어림잡아 80억원 이상이다.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면서 “황 이사장이 사찰 건립 허가를 근거로 천안의 한 대형 사찰과도 접촉해 ‘불교 테마파크’ 건설을 협의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불교 테마파크로 사업을 전환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현재 사찰 건축허가는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과 의혹의 한복판에 선 한교연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송태섭 대표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한교연이 주도하는 사업도 아닐뿐더러 황 이사장에게는 연회비 250만원을 받은 것 외에 그 어떤 금전 관계도 없다”면서 “투자 피해자 얘기나 황 이사장이 사찰 대표라는 내용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황 이사장은 10여 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천안=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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