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를 위한 도시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새를 위한 도시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입력 2023-02-01 04:05

지난달 안양천 오목교와 목동교 사이 철새보호구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가 관찰됐다. NGO인 서울환경연합이 주관한 시민조사단 성과다. 서울시에 따르면 3년 만에 날아온 셈이고, 201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 작년 1월 말 서울시가 전문가와 시민단체 합동으로 서울시 전역을 일제히 조사한 겨울철 조류 센서스에서 총 82종 2만여 마리의 새가 관찰됐는데, 안양천이 40종 3962마리로 가장 많았다.

도시에서 새가 점점 주목받지 못한다. 그사이 우리도 많은 것을 잃는다. ‘꾀꼬리 같다’는 표현은 그 소리를 알지 못하니 쓸 수 없고, 턱시도 꼬리를 가진 제비의 빠른 비행술을 보지 못하니 ‘물 찬 제비’라는 표현도 그렇다. 개발에 따른 서식지 감소, 농약 살포로 인한 먹이(곤충) 감소, 길고양이 등 포식자에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만 마리의 생명을 앗아가는 건물 유리창까지, 도시는 새의 무덤에 가깝다. 하나 인류는 오랫동안 새의 빼어난 노랫소리와 자유분방한 활공에 열광했다. 새는 꽃가루를 옮기고 씨앗을 퍼뜨리고 유해곤충을 먹어 치우는데, 제비 한 마리는 하루에 수천 마리 모기를 잡아먹는다. 새는 단절된 도시생태계의 강력한 매개자이며 존재 자체로 소중한 도시 구성원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를 누비던 붉은꼬리매 ‘페일 메일(Pale Male)’은 뉴요커의 열광적 사랑으로 지원단체가 만들어지고 책과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시는 국가 상징동물인 키위새가 되돌아오도록 캐피털 키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카고 등의 도시는 새에게 안전한 건물을 만들기 위한 건축규칙도 제정했다. 양천구도 작년 말 환경부와 함께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의 생태복원 사업을 완료했고, 2월 한 달간 어린이와 주민 대상으로 철새관찰 프로그램도 처음 운영한다.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기던 선조의 지혜처럼 새를 위한 도시를 통해 도시 생명력을 지키려는 노력들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