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국민연금 개혁, 이번엔 반드시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국민연금 개혁, 이번엔 반드시

입력 2023-02-01 04:20

개혁 첫 관문 민간자문위부터
진통, 단일안 도출 못하면
이후 논의 과정 겉돌 수 있어

보험료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기금 재정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합의점 모색해야

총선 영향권서 먼 올해 상반기
개혁 밑그림 그릴 적기, 정부
적극 주도해 반드시 성공하길

국민연금은 터지는 게 예고된 시한폭탄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시험계산)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2041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당기 적자 상태에 빠지고 2055년에는 적립기금이 바닥난다. 이후에도 연금을 정상 지급하려면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보험료율이 26%대로 올라야 가능하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보험료율도 대폭 오를 전망이어서 연금 가입자들이 그 정도 수준의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재정 불안 요인이란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2%)의 절반 수준인 보험료율(9%)을 올리고 다른 재정 안정화 방안까지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올해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기반으로 4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참고해 10월 말까지 개혁안이 담긴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첫 관문에서부터 꼬이는 모양새여서 우려스럽다. 16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 자문위가 지난달 말까지 단일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일정이 다음 주로 미뤄졌다. 보험료율을 13~1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40%인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중)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기금 재정 안정에 방점을 둔 그룹과 노후소득 강화 병행을 주장하는 그룹이 팽팽히 맞서 있어 단일안 마련이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면 이를 토대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국회 특위도 겉돌 가능성이 높다.

민간 자문위가 치열한 추가 논의를 통해 모쪼록 단일안을 도출해 내길 바란다. 개혁의 최우선 목적은 재정 안정화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더 많이 올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보험료는 적게 올리고 연금은 더 많이 받는 방식은 가능하지 않다. 보험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의 개혁은 재정 불안을 완화하는 데 치중하고 노인 빈곤 해결은 저소득 노인 대상 기초연금 증액, 취약계층 연금보험료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세금이 직접 투입되는 복지 정책으로 보완하면 된다.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으로 미래 세대에 과도한 보험료 부담을 지우는 방안은 세대 간 불평등 논란, 청년층의 연금 불신을 키우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기존 수급자까지 포함해 가입자들이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험료 적정 수준 인상은 불가피하다. 기대 수명 연장, 인구 변동, 경제 상황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연금액, 은퇴 연령, 보험료 등을 연동시켜 재정 안정을 꾀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 연금 개혁에 성공한 스웨덴, 일본, 독일, 핀란드, 캐나다를 비롯해 OECD 회원국 약 3분의 2가 이 장치를 도입했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려면 정년 연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금 수령 개시 연령(2033년부터 만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보험료 납부 연령도 연장하면 소득 절벽 문제를 해소하고 연금 재정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개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문위, 국회 등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총선의 영향권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올해 상반기가 개혁 밑그림을 그릴 적기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몇 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고 연금 재정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된 공무원·군인연금과 당기 적자가 임박한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도 논의될 텐데 국민연금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말 국회에 4가지 개혁안을 제출하고 손을 놓아 개혁을 무산시킨 문재인정부의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연금 개혁만 성공해도 윤석열정부는 큰 업적을 남기는 것이다. 올해가 2007년 2차 개혁 이후 15년째 맥이 끊긴 국민연금 개혁의 해로 기억되길 바란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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