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수의료 고사 막으려면 의사 수부터 늘려야 한다

국민일보

[사설] 필수의료 고사 막으려면 의사 수부터 늘려야 한다

입력 2023-02-01 04:03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31일 뇌출혈 등 중증응급질환 환자의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공의가 부족해 진료에 차질을 빚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의 진료체계 개선안도 담겨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소재 대학병원 간호사가 뇌출혈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뒤 열악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퍼졌던 점을 생각하면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특히 정부가 의료계 현안 해결을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화를 시작한 뒤 나온 첫 결실이어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 최상위급이다. K의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의료계의 관심과 양질의 인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면서 진료과목 및 지역 간 쏠림 현상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에는 전공의 부족으로 수도권 대학병원이 소아청소년과의 주말 응급진료를 중단하기도 했다. 자치단체가 출연한 종합병원인 지방의료원조차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의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가 서서히 고사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수가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을 이룰 수 없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이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의협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정 대화를 통해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만든 것처럼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의대 정원 확대뿐 아니라 지역의료 공동화, 비대면 진료 등 꽉 막힌 의료계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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